"외교에서 모멘텀(추동력)은 아주 중요"…北 對美 비난에 주목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지와 개최 시기 등의 결정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미북 정상회담이 연기되거나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7일(미국 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차 석좌는 이날 CSIS가 주최한 남북, 미북 정상회담 관련 토론회에서 "외교에서 모멘텀, 즉 추동력은 아주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최근 북한의 대화 시도가 대북 최대압박·제재에 의한 것이며,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때까지 압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미국 입장을 놓고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은 비난을 지속해 온 바 있다. 북한인권 문제제기도 '인권 소동'으로 치부하며 거론 중단을 미국에 요구했다.
나아가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에 "판문점 선언에 밝혀진 우리의 조선반도 비핵화 의지와 관련하여 그 무슨 제재·압박의 결과인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깃장을 놨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 전 한국 주재 미국 대사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15년 러시아 방문을 취소했던 사례를 들어 '미북 정상회담 추동력'에 관한 차 석좌의 말에 동감을 표했다.
임기 초반에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지 못했고, 미국과 러시아의 상황은 다르지만 당시 충분한 추동력이 있었는데도 러시아 방문이 불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취임 첫 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매우 과감한 모습으로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이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리 선임연구원은 또 김 위원장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결정했기 때문에 북·중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정은은 젊기 때문에 향후 30~40년 이상 통치하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그의 말을 일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표는 최근 북한 관영방송의 남북정상회담 40여분간 중계 등을 근거로 "김일성 국가주석이 1994년 제네바 핵합의에 도달하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계획했던 것처럼, 김정은이 '방향 전환(change of course)'을 목표로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