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할당제를 부정하며 능력 위주 인선만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는 여성을 우선 할당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연합뉴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남은 부처 장·차관 후보자 전부를 여성에서 먼저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 없으면 그 때 가서야 남성 가운데서 후보를 찾으라는 주문으로 당장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해진 상황이었다.

현재 18개 부처 중 16개 부처 장관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이영 중소벤처기업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3명(19%)이다.

인수위 단계부터 윤 대통령은 '능력 중심의 인사'를 강조했다.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성 할당은 물론 지역 안배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그간 고수해온 인사 원칙을 바꾸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여성 기자로부터 '내각에 기용한 여성 비율이 낮은데 그 배경이 무엇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국내외 언론은 윤석열 정부 내각의 여성 비율이 낮은 점을 한목소리로 부각하며 기사와 칼럼 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과 만찬 자리에서 민주당 페미니스트들의 대선배격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으로부터 관련 지적을 받고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미묘한 태도 변화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정당 유력 정치인들이 '반페미니즘' 열풍에 경도되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조선일보 출신 강인선 대변인의 '직언'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특정 정무직 인사 과정에서 "여성 후보자들의 평점이 낮다"고 언급하자, 강 대변인이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이 돼서 그럴 것"이라고 직설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야가 좁아서 그랬다"는 등의 반응을 내놨다는 소식은 강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정부조직 개편 업무에 관여해온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교육부 장관에 지명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으로 제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승희 전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다. 신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 학장을 인선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오전 발표한 인사 3명 모두가 여성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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