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하반기 원(院)구성이 고착상태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여야가 한치의 양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국민의힘은 “협치 거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식하면서, 다수 집권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가 깨졌다. 국민의힘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지난해 7월 당시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하반기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4.7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를 통해 민심을 확인한 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하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 합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전임자인 윤호중의 약속을 ‘무효’라고 선언

그런데 3.9대선 이후 여와 야가 바뀌면서,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된 우리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새로 뽑는 법사위원장은 향후 2년을 이끌 법사위원장인데, 그 2년에 대한 원구성 협상의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이다. 전직 원내대표들이 무슨 협의를 했느냐, 그거는 월권 합의이다. 법적으로 무효다”라고 선언했다.

전직 원내대표인 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린 박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박 원내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전세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다음 번 들어올 사람의 보증금이나 월세, 또는 그 시기를 규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국회법에 따라서 전반기 2년의 원구성 협상은 당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하도록 돼 있는 반면, 후반기 2년은 후반기 원내대표들이 합의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 "후반기 원구성 협상의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며, 전직 원내대표들의 합의는 '월권이고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 "후반기 원구성 협상의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며, 전직 원내대표들의 합의는 '월권이고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따라서 법에 따라서 후반기 원구성을 당연히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법사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전임자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는 민주당” 비판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1당이냐 2당이냐, 즉 다수당과 소수당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CBS 라디오에 출연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임 원내대표가 현재 당대표격에 해당되는 비대위원장이 이뤄놓은 것을 바로 부정한다는 점을 비난했다.

송 부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영광의 역사, 치욕의 역사, 전부 다 물려받는 것”이라며 “전임자의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은 정말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박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을 때, 그 책임을 누구한테 돌릴 거냐? 이런 측면에서 어떤 계파 내, 당내에서 어떤 갈등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입장 = 국회의장은 1당, 법사위원장은 2당이 각각 맡았던 ‘균형과 견제’의 관행 깨자?

그러면서 법사위원장의 문제는 여야의 개념이 아니라 ‘다수당과 소수당의 문제’라는 점에 대해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17대, 18대, 19대 국회에서는 집권당이 1당이었기 때문에, 여야의 개념으로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2016년도에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집권을 하고 있었지만, 20대 총선 결과 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고 새누리당이 122석을 획득했다. 그에 따라 원내 1당이 바뀌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1당인 민주당에게 국회의장을 주고,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의 문제는, 1당과 2당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협치의 개념이라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송 부대표는 “만약에 민주당의 주장대로 여야가 바뀌었다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차지해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면 ‘독주’ 못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CBS 라디오에서 '법사위원장의 문제는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1당과 2당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CBS 라디오에서 '법사위원장의 문제는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1당과 2당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송 부대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수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아함을 표명했다. 그는 “앞으로 중수청 등을 통해 검수완박을 완결하겠다는 시도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국민의힘이 집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절대다수당으로 절대반지에 대한 추억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입법폭주 경험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국회의원 2/3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의 현재 의석으로는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이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송 부대표는 법사위원장이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 민주당이 그렇게 고집하는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 된다고 짚었다.

하지만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송 부대표의 이런 주장에 대해 “논리에 맞지 않다”며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염려하면서 ‘야당이 법사위를 맡아서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되지 않느냐’라는 논리를 일관되게 펴 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2016년 새누리당의 사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한 송 부대표의 주장과 달리, 박 원내대표의 주장은 근거가 없었다.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면서도, 실제적인 사례를 들지는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다수당 국회의장, 소수당 법사위원장’ 관행, 민주당이 깨자고 주장

국민의힘 내에서는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하고,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관례를 깬 것은 21대의 민주당”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년을 맞아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로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04년 시작됐다. 당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자,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여야가 바뀌었고, 81석에 불과했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관행을 한나라당은 깨지 않았던 것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다수당에서 가져가면 횡포가 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때 시작된 관례를 따른 것이다.

전임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속까지 헌신짝처럼 버리고 법사위원장직에 매달리는 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은 6.1 지방선거를 통해 심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총 17곳의 광역지자체장 중 민주당이 14곳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이 3곳만 차지했던 결과가 이번에는 거꾸로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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