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했다. 앞서 CBS라디오에 출연한 박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한 뒤, 호소문 발표 이후 당 차원의 후속 조치가 있을 거라며 호소문 발표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호소문 발표에 대해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개인의 소신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CBS라디오에서 “호소문 발표 이후 당 차원의 더 큰 조치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 지도부와도 공유가 됐다”고 답했다. 민주당 대변인의 입장과 박 위원장의 답변에는 거리가 있어,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민주당 김용민 의원, “문제를 해결해야 할 박 위원장이 지적질만 해” 비난

이와 관련해 6.1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진 민주당 내부의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박 위원장의 호소문 발표에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당내 인사들을 저격하고 끊임없이 '사과 요구'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비틀은 것이다.

당내 인사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경선 없는' 컷오프·전략공천 남발로 인한 잡음과 흥행 실패, 당 지지율 폭락과 쇄신 부족 등 비대위로 인해 빚어진 각종 사안에 대해선 아무런 사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같이 말하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앞서 지난 19일에도 페이스북에 비대위를 향해 일갈을 날렸다. 그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내부 비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비판을 하고 싶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 자유롭게 하시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비대위가 당 문제를 수습·해결하고 책임져야할 위치인데도 불구, 박 위원장은 마치 당 외부에 있는 사람처럼 '지적질'만 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치 신인’ 박 위원장, 최강욱과 박완주 사건 등에서 ‘사과 정국’ 주도해

특히 박 위원장이 최강욱 의원을 향해 민보협(민주당보좌진협의회)과 함께 '짤짤이' 발언을 멋대로 성적 담론으로 해석해 악의적 여론몰이까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인내해오던 강성 지지층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입문 4개월 차에 불과한 26세 박 위원장의 발언이 갈수록 세지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데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의 발언뿐만 아니라,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문제도 강경하게 대처하면서 ‘제명’을 주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박 위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할 당시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3월 13일 이재명 상임고문의 추천으로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되자, 당 내에선 “26살 정치신인에게 당 대표급인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은 당의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존재감 커진 박 위원장, 성비위 강경 대처 눈길...친 이재명계 강성 당원들 반발도 커져

하지만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한 지난 두달간 박 위원장의 존재감은 점점 커졌다.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면 한명숙·문재인·이해찬 대표가 앉았던 ‘진짜 대표’ 자리에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번갈아 가며 앉아, 중요한 결정 사안에 대해 의사봉을 두드리며 의결까지 마무리지을 정도로 입지가 커졌다.

박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비판도 함께 늘어났다. 특히 당 내 성비위 문제에 강경하게 대처하자, 친이재명계 강성 당원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이들은 민주당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에 마이너스 요인” “당 지지율을 깎아 먹는 박 위원장을 사퇴시켜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문자 폭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정면돌파 선택...“우리 편은 감싸고 상대편 비난하는 정치문화 바꿀 것”

결국 박 위원장은 당내 강경파의 비판에 정면돌파 방식을 선택, 24일 지지 호소문을 발표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백번이고 천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면서도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당내 강경파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 문화를 바꾸겠다.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의 호소문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그냥 호소만 해서는 안 되고 뭔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인데, 박 위원장으로서는 그럴 권한이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설혹 뭔가를 내려놓을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더 일찍 시도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위원장의 잘못된 태도와 말 실수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아

국민의힘 김형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지방선거 위기의 급박함이 묻어난 대국민 호소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정작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은 박 위원장 뒤에 숨었고, 국민 앞에 서서 민주당에 기회를 달라며 읍소하는 박 위원장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박 위원장의 여러 말실수와 잘못된 태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풍 서풍도 구분 못하고, 검찰 경찰도 구분 못하는 사람을 비대위원장에 앉힌 것부터가 패착”이라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 제공자 중의 한 명이 ‘다시 한 번 더 지지’를 호소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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