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용기 편으로 中 다롄 도착...김여정, 김영철, 리수용 동행
北조선중앙TV "북한과 중국은 운명 공동체...회담은 솔직하고 신뢰적이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정은, 중국 우군으로 삼아 美北협상에서 활용하기 위한 속셈인듯

중국 신화통신은 김정은이 다롄에서 7,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만찬과 오찬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신화망).
중국 신화통신은 김정은이 다롄에서 7,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만찬과 오찬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신화망).

김정은이 7일부터 8일까지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3월 25~27일 첫 베이징 방문 이후 불과 40여일만에 두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도 8일 김정은이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어제 오후 전용기를 타고 다롄에 가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며 "오늘 오후 다롄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가졌고 최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 흐름과 발전 추이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 "중국과 북한의 친선관계 등 공동의 관심사과 중대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도를 심도깊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 중국은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며 "회담은 솔직하고 신뢰적이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는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7일 전용기 편으로 다롄 공항에 도착했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 6일부터 공항과 영빈관 항구 인근 등 곳곳에서의 교통통제가 과거 중국 당 중앙의 고위급 인사가 찾았을 때보다 엄격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가 7일 다롄공항에서 이륙했다고 NHK가 보도했다(NHK 뉴스 캡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기가 7일 다롄공항에서 이륙했다고 NHK가 보도했다(NHK 뉴스 캡처)

조선일보는 이날 다롄 공항에서 정오 12시 30분(현지시간)부터 출입국 심사대 심사가 전면중단돼 오후 2시 현재까지 닫혀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김정은의 전용기와 동일한 기종인 일류신 62형 비행기가 고려항공 마크가 없는 상태로 다롄 공항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지난 6일부터 다롄 공항 및 시내에 대한 교통 통제가 매우 심해졌다는 내용을 올렸다. 다롄시 방추이다오(棒槌島) 영빈관은 엄중한 경비 속에 주변 도로가 통제된 상태다. 방추이다오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덩샤오핑 등 중국 지도부와 비밀 회동을 했던 장소들 가운데 한 곳이다. 2010년 5월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다롄을 방문해 방추이다오에서 리커창 당시 부총리와 만찬과 회동을 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올 때면 교통통제가 심해지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날 문화일보에 따르면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중국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당국도 파악하고 있지만 우리 측에서 먼저 관련 사실을 공개하기를 어렵기 때문에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도 이날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경비 상태가 김정은이 3월 열차 방중을 할 때 단둥(丹東)의 상황과 흡사하다”며 “김정은의 방중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산 첫 항공모함인 ‘001A호’의 시험 운항을 축하하는 행사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국 다롄 북중 최고위급 접촉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문제는 상당한 무게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으로부터 사전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과 2개월만에 두 번이나 중국을 전격 방문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지체없는 영구 폐기까지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다급해진 북한이 다시 한번 '중국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다. 중국을 우군으로 삼아 미북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앞서 6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대북제재 및 인권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영구적인 폐기를 지체없이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국제적인 최대 압박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