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23일 개최된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조희연 후보 때리기에만 집중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을 알리는 것은 뒷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희연(왼쪽부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연(왼쪽부터),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 진영이 8년간 서울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에서 진보 교육감의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 대해 보수 진영 시민들의 비판이 거셌다. 특히 서울시민들은 교육감선거 사상 8년 만에 범보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인천시교육감 후보들과 비교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인천시교육감 후보들은 ‘전교조 중심 교육의 폐단’을 향한 비난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로의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독자노선을 걸어온 보수 진영 허훈 후보가 17일 최계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함에 따라, 교육감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조영달·조전혁 후보 간 막장 폭로전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실패

반면 서울시교육감 보수 후보들 간의 단일화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이후 후보 간 막말 공방이 극심해진 가운데, 조영달·조전혁 후보 간 전화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막장 폭로전이 이어졌다.

조영달(왼쪽) 조전혁 후보 간 막장 폭로전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조영달(왼쪽) 조전혁 후보 간 막장 폭로전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에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조전혁 후보는 조영달 후보와 단일화 협의 중 박선영 후보를 "미친X"이라고 지칭했다. 조전혁 후보는 "박선영이라는 미친X이 끝까지 나올 것이라는 것을 감안해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박선영 후보는 22일 페이스북에서 "교육감이 이재명도 아니고, 상대 후보한테 막말과 상욕도 마구 내뱉는다. 이제는 하다하다 '미친X'이라고 한다"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을 하겠다는 자가 같은 후보한테 '미친X'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한 뒤 "이제 조전혁 후보는 사퇴 외에 무슨 다른 길이 더 있겠는가"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사퇴가 거론된 조전혁 후보는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유출한 당사자로 조영달 후보를 지목하며 "나는 전화통화를 몰래 녹취하는 자를 인간말종으로 본다. 인생 밑장까지 다 떨어진 자"라고 화살을 돌렸다.

조전혁 후보는 "그런 자가 S대 교수로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살아 왔다는 데에 분노보다 불쌍함을 느낀다"며 "네 불쌍한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하마"라고 비난했다.

교육계에서는 조전혁 후보와 조영달 후보 모두 ‘함량미달’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먼저 욕을 한 조전혁 후보나,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적인 공간에 폭로한 조영달 후보 모두 ‘교육감으로서의 자질 미달’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녹취록 공방으로 중도·보수진영 단일화 논의는 완전히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시 보수진영이 분열하면서, 조희연 후보에게 교육감 자리를 갖다바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진영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에서도 녹취록 공방은 '막장'일 때 나오는 카드"라면서 "함량 미달인 후보들로 인해 보수 진영이 또 다시 패배할 게 뻔하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현 교육감인 조희연 후보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 박선영 조영달 조전혁 후보 모두 반대

현 교육감인 조희연 후보(왼쪽)가 제시한 '고교학점제'는 보수 후보들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선영 후보는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이 반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현 교육감인 조희연 후보(왼쪽)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는 보수 후보들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선영 후보는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이 반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개최된 TV 토론회에서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은 고교학점제와 학력 격차 등 현안을 두고 현직 교육감인 조희연 후보와 공방을 벌였다.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은 모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및 특수목적고(특목고) 유지를 약속하고, 고교학점제에는 반대했다. 이날 토론 주제는 △고교학점제 △자사고 및 특목고) △교육 격차였다.

2025년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대해 중도·보수 진영 박선영 조영달 조전혁 후보는 모두 반대 의견을 분명히했다. 박선영 후보는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영달 조전혁 후보는 고교학점제 도입 시 학교 간, 지역 간 선택과목 개설 역량이 달라 학교 별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희연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교학점제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며 “인근 학교 간 협력에 의해 공동 운영하는 공동캠퍼스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맞섰다.

박선영 조영달 조전혁 후보는 당선되면 학생 및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자사고 및 특목고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후보는 “과도하게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다양성이 꽃피는 수평적 고교 체제로 만들고 싶다”며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격차 문제에서는 네 후보 모두 기초학력 신장을 약속했다. 박선영 후보는 학교 돌봄과 방과후 수업 등을 통합 관리하는 돌봄교육공사 설립을, 조영달 후보는 성취평가 정례화와 전수 진단평가를 공약했다. 조전혁 후보는 학습 도우미와 일대일 맞춤수업을, 조희연 후보는 인공지능 기반 학생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도‧보수 진영 세 명의 후보, 해직교사 불법채용한 조희연의 ‘당선 무효’만 기다리나?

특히 중도‧보수진영 세 명의 후보는 조희연 후보가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불법 채용한 혐의로 고발돼 재판 중인 상황에 대해서 집중 공세를 폈다. 조희연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조영달 후보는 "공수처 1호로 기소됐고 재판 진행 중인 조희연 후보는 만약 처벌받게 된다면 업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조전혁 후보 역시 "자기편이라고 유죄판결 난 분을 보호하겠다는 분이 교육감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조희연 후보는 "억울하게 해직당한 교사를 교권보호 차원에서 복직한 것"이라면서 "10년 간 억울하게 아이들 곁을 떠났으면 돌려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육감후보 토론회를 시청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날까지 막말 공방과 막장 폭로전을 이어온 중도 보수의 세 후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희연 후보만 계속 공격할 뿐, 구체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보성향의 시민들 사이에서도 '조희연 교육감은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일례로 조 교육감은 교사들과 학생들이 서로 평등하게 대하도록 OOO선생님 대신에 OOO씨로 부르는 것을 제안했다가, 학교 현장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8년간 조 교육감의 정책과 혼란상을 피부로 체감한 학부모들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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