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3·1절 4·19, 6·25 전쟁, 8·15 광복과 건국 등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역사적 사건 중 윤석열 정권의 캘린더는 5·18과 함께 시작됐다.

취임 8일차 윤 대통령은 총리 및 장관 전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100여명과 함께 5.18 광주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규정했다.

취임식에서 밝힌 윤석열 정권의 지향점, 자유의 가치,자유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 5·18을 담아 국민통합이라는 가치와 명분을 극심한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는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윤 대통령 기념사의 맺음말,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라는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같은 날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열렸다. 부산과 광주를 비롯한 호남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와 기아는 한국 프로야구 40년 최대의 라이벌이다.

영호남이라는 지역 연고와 더불어 처음 시작할 때 모(母)기업이 롯데와 해태라는 경쟁 제과업체였기 때문이었다.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10승을 거둔 명문팀, 롯데는 30년동안 우승한번 못하고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타이거즈에는 지면 안된다”는 구단의 의지 때문에 두팀간의 통산 전적, 승율은 5할대다.

프로야구 초창기, 두 팀간 경기가 벌어지는 야구장에는 어린 아이를 데려갈 수 없을 정도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두팀 간 경기가 벌어지는 야구장의 관중석에는 지역감정에 기반한 온갖 욕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 난무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야구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거의 사라졌지만 인터넷 공간은 오히려 더 험악해졌다. 두 팀의 경기를 중계하는 포털 사이트의 응원창에는 상대팀 팬을 향해 ‘홍어’ ‘왜구’ 정도의 비하표현은 양반이고,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담은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상황에 남북관계까지 녹인 비방도 많다. 예컨대, 롯데가 홈런을 치거나 점수를 내면 기아 팬들이 “왜구가 처들어왔다”고 하고 기아 타자가 홈런을 치면 롯데팬들은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쐈다”고 응수하는 식이다.

롯데와 기아간 경기가 벌어진 22일 포털사이트 응원창에 올라온 수십만건의 응원문자 중 절반 가량이 비속어나 욕설등의 이유로 블라인드처리 됐다.

이날 경기에서 기아 타이거즈 타자가 친 타구를 둘러싸고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타어거즈 타자의 타구가 외야 파울라인 근처에 떨어졌는데, 심판이 이를 파울로 선언하자 타이거즈 측에서 비디오 판정을 요청해 페어볼, 2루타로 정정된 것이다.

이 상황을 두고 많은 롯데 팬들은 “5·18 기념 판정”이라고 비아냥됐다. 그런가 하면 기아팬으로 추정되는 어떤 네티즌은 처음 파울 판정에 대해 “적폐 전과자 롯데의 심판매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포털업계에 따르면 스초츠 중계 사이트에 이런 과격한 댓글응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미성년자, 절반 가량은 초등학생이고 나이가 어릴수록 표현이 더 격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롯데와 기아 팬들은 상대방을 일제와 북한으로 놀리고 있는 것이 2022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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