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맡게 될 1호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1호 수사 대상’은 최근 폭락한 루나· 테라 코인 사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와 함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라임‧ 옵티머스 사건’도 사실상 재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1호로 공언한 금융·증권범죄 전문 수사 조직인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1호로 공언한 금융·증권범죄 전문 수사 조직인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미애 장관에 의해 폐지된 지 2년 4개월 만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지난 18일 부활했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금융범죄를 전담했던 합수단은 48명 규모로, 검사 7명과 금융위와 금감원 등 유관기관 파견 직원들로 꾸려졌다.

한동훈의 칼날, ‘정치보복’ 말고 서민 울린 ‘경제범죄’ 겨냥

여의도 정가에서는 합수단의 수사 1호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한 장관이 ‘정치보복’에 나설 경우, 그 칼끝이 어디를 겨눌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라임‧ 옵티머스 사건이 1호 수사 대상이 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 장관은 17일 취임사에서 국민의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에 대해 언급하면서, 1호 수사 대상을 가늠케했다. 사회적 강자도 엄정하게 수사하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짜 검찰개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검찰개혁은 ‘가짜’라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러면서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를 시급하고 발빠르게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0만원에서 휴지조각으로 폭락한 루나· 테라 코인 사태, 1호 수사 유력

그런 점에서 루나· 테라 코인 사태는 합수단의 1호 수사 대상으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기준으로 루나 이용자는 28만명이고, 이들이 700억개 정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때 10만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할 때, 루나 코인이 휴지조각으로 폭락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진상 조사가 재빠르게 이뤄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도 ‘루나 코인의 피해자와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합수단의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이 우려하는 ‘정치보복’을 피해가면서도,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에 대해 칼끝을 겨누기 때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취임 '1호 지시'로 문재인 정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전격 부활시켰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취임 '1호 지시'로 문재인 정부 시절 폐지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전격 부활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중산층 울린 라임과 옵티머스 재수사, 문 정부 권력층 비호가 쟁점

하지만 합수단은 라임과 옵티머스에 대한 수사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이 루나 코인 수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합수단을 부활시킨 진짜 목적은 라임 옵티머스 수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장관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권의 비리가 라임과 옵티머스에 응집돼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라임과 옵티머스를 잘 캐면, 문재인 정권의 핵심 관련자들이 줄줄이 얽혀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 시스템을 고려할 때, 고위층의 비호가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두 펀드의 개발은 라임과 옵티머스가 담당했지만, 판매는 금융기관을 통해 대리 판매됐다. 라임 펀드는 우리은행이나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을 통해 판매됐다. 라임이나 옵티머스의 힘만으로는 이런 금융기관을 통한 대리판매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정치권의 일정한 압력과 개입이 의심된다.

라임 사태는 피해 금액이 1조6천억원을 넘어서는 데다, 피해자 규모만 해도 5천명에 달하는 대형범죄이다. 노후자금과 퇴직자금을 탈탈 털어 넣은 중산층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019년에 환매가 중단되면서, 청와대 고위직들의 이름이 줄줄이 오르내렸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인사의 이름도 눈에 띈다.

옵티머스 사태는 규모로 치면 라임보다 작은 5천5백억원 정도이지만, 처음부터 사기를 작정하고 시작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연루된 정치인도 라임보다 더 많다는 점에서, 합수단이 파고들면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비리가 속속 밝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문재인 지키기’보다 ‘옵티머스 불끄기’ 목적?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그렇게 밀어붙인 이유 중에는 옵티머스 펀드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표면상으로는 ‘문재인과 이재명 지키기’가 검수완박의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옵티머스 펀드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들의 자기 방어용’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이낙연 전 대표의 연루 가능성이 거론된다. 옵티머스로부터 복합기와 사무실 등을 빌린 문제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 극단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복합기와 사무실 대여만으로 극단 선택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 큰 비리 연루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외에도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옵티머스 사태가 수면 위로 불거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직적으로 비호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1호 지시'로 합수단을 폐지함으로써, 라임 옵티머스 사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무성한 이름과 의혹을 뒤로 한 채였다.

‘합수단 폐지’는 추미애 전 장관의 '1호 지시'였는데, 한 장관은 자신의 1호 지시로 이를 뒤집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합수단 폐지’는 추미애 전 장관의 '1호 지시'였는데, 한 장관은 자신의 1호 지시로 이를 뒤집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 법무부 장관이 취임 다음날 재빠르게 합수단을 출범시킴에 따라, 여의도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되고도 용케 법망을 잘 피해간 이들 중에서는 밤잠을 설친다는 말도 전해진다. 추미애 전 장관이 폐지한 합수단을 부활시킨 한 장관의 정치 감각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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