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첫 질병관리청장에 임명됐다. 국내 감염병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백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과학 방역’을 강조했다.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1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1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친분 두터워

지난 3월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의 추천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백 청장은 대표적인 안철수계 인사이다. 안 전 위원장의 1년 후배이자 안 위원장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백 청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근무하며, 감염관리실장과 감염내과 과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성균관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코로나19 유행기인 2019년~2021년 11월까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백 청장은 인수위에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첫 질병청장으로 거론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그간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 방역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해왔다.

18일 취임식에서 ‘빅데이터 활용한 과학 방역’ 강조

백 청장은 18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취임식을 겸해 간부 직원들과 업무 회의를 주재하고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비전과 역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백 청장은 회의에서 "감염병 재난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일상으로의 안전한 이행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백 청장은 이를 위해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고, 이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는 등 감염병 대응체계를 정비해 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더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은 코로나19와 관련, 먹는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고, 코로나19 재유행 대비에 필요한 추가접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신종 감염병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보다 더 우월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감염병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 방역 1 = 2020년 정치 방역 비판하며 ‘중국인 입국 제한’ 강력 요구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초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입국금지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진=백경란 페이스북 캡처]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초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입국금지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진=백경란 페이스북 캡처]

백 청장이 신임 질병관리청장으로 임명되면서, 2020년 2월 국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라고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알려져 화제다. 서울 삼성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SNS를 통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당시 중국의 눈치를 보던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과 중국 교포의 입국을 막지 않아서, 초기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코로나19 대응 국면에 ‘눈치를 보지 않고’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에서 방역 정책을 풀 때는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며 맞서기도 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을 구체화하는 최적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과학 방역 2 = 질병관리청장 취임 직후 ‘항체 양성률 조사’ 착수 발표해

신임 청장 취임과 함께 질병관리청도 이날 ‘항체 양성률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항체 양성률 조사는 지난 3월 안철수 전 위원장이 강조해온 부분이다. 항체 양성률 조사 결과를 통해 연령대별, 지역별로 보다 세밀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신임 백 청장이 ‘과학 방역’과 관련해, 정부에 할 말은 할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정은경 청장은 질병관리청 위에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내정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기획하고 강행할 때에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7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설계하고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당시 '단계 격상 기준 등이 종전보다 완화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 방역기획관 의견 대부분이 관철된 반면, 수도권 방역을 강화하자는 정 청장의 목소리가 밀렸다'는 보도에 대해, 정 전 청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7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장을 묻자 정 청장은 "질병청과 부처가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휘 체계 하에서 모든 의사 결정과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껏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할 말은 하는 백경란 스타일, “정은경 전 청장님 노고에 경의 표한다”

백 신임 청장은 퇴임한 정 전 청장에 대해 “청으로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 된 질병관리청을 단기간에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오신 정 전 청장님께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며 "그간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청장께서 불확실성이 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사회 안전을 위한 최선책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정 전 청장님의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 뚝심이 있었기에 많은 것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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