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김진표(5선·경기 수원무), 이상민(5선·대전 유성을), 조정식(5선·경기 시흥을), 우상호(4선·서울 서대문갑) 의원의 4파전으로 펼쳐지게 됐다.

국회법 15조는 국회의장 임기 만료 5일 전에 의장과 부의장 선출을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병석 현 국회의장의 임기가 오는 29일 만료되는 만큼, 민주당은 5일 전인 24일 국회의장단 후보를 뽑아 추천할 계획이다. 후보자 등록은 16일부터 17일 양일간 진행됐다.

박병석 현 국회의장의 임기가 오는 29일 만료됨에 따라, 민주당은 5일 전인 24일 국회의장단 후보를 뽑아 추천할 계획이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병석 현 국회의장의 임기가 오는 29일 만료됨에 따라, 민주당은 5일 전인 24일 국회의장단 후보를 뽑아 추천할 계획이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군, 초당파 버리고 당파성 강조...이재명 지지하는 강경파인 ‘개딸’ 눈높이 맞추기?

통상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의 최다선·최고령 의원이 맡아왔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원내 1당에서 맡는 게 관례이다. 이 관례에 따르면 김진표 의원이 차기 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개딸’이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개딸’은 이재명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개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일부 후보들은 ‘중립적이지 않은, 민주당의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초당적 국회 운영을 위해 당적을 갖지 않던 국회의장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국회법 제20조의 2는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다음날부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6대 국회 이전까지는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에 대해 제한이 없었지만, 16대 국회 후반기(2002년 3월)에 이 조항이 마련됐다.

국회가 발간하는 국회법 해설서는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의장이 국회의 수장으로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초당적인 국회운영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친 이재명계 조정식 의원, “국회의장 돼도 민주당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

이런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군의 행태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장에 당선된 후 당적을 갖지 않는 것은, 공평무사하게 국회를 운영하라는 취지인데 '민주당을 위한 의장'이 되겠다고 하면 탈당을 뭐하러 하느냐"며 "위장 탈당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개딸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는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이다. 조 의원은 출마 선언을 하며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장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도록 탈당 후 무소속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 국회법을 공개적으로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의 데자뷔’라는 지적과 함께,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면, 당대표에 출마해야지 왜 국회의장에 출마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진표 의원,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 주장

국회의장 후보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진표 의원은 16일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되던 때부터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유력하게 꼽혀온 인물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을 강행처리할 때 자신이 공을 세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세균계와 친노·친문계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등 조직세도 탄탄한 편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신속 가동과 정치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약속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최고령자로서 ‘행정부 견제와 함께 균형을 잡아야 하는 국회의장의 책무’를 잊고, 대여 투쟁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데 대한 비판이다. 국회의장 선거에 나선 것이 아니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듯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한 우상호 의원, ‘구태 정치’ 예고...‘탄핵’, ‘윤 정부 견제’ 같은 당파적 목표를 출사표로 던져

86그룹의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어제 저녁 때 초재선 의원들하고 좀 상의를 해서 강력한 권유를 받고 결심을 했다. 의회의 위상을 한번 바꿔 보겠다"며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우 의원은 다음날인 17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야당 원내대표로서 탄핵 찬성을 끌어냈을 때와 같은 조정력을 발휘해 국회가 항상 국민이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만들겠다"며 "입법부의 위상을 강화,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의구심을 낳는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 등과 같은 당파적 목표를 전면에 제시한 것이다.

우 의원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 유일하게 동조한 인물로 꼽힌다. 중진 불출마 선언을 통해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마지막 국회의원 임기 2년을 의장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회의장 출마의 변을 볼 때, 최악의 ‘구태 정치’를 예고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들 세 후보들 중 한 명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규정에 따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을 유지하겠지만, 민주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만 ‘협치’, ‘탈정파’ 등 정상적 출사표 던져

이들 세 후보와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은 다른 취지의 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16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건강한 견제와 균형, 그리고 협치가 유효 적절하게 작동되도록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쾌도난마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치가 찌질한 ‘좁쌀’ 정치를 극복하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특정 정파나 계보에 좌지우지되거나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정치를 복원하고 되살려 정치를 통해 온갖 갈등과 반목을 넘어 통합과 협치를 이뤄내고, 보다 나은 세상 만들려는 우리의 꿈을 실현해가며 정치의 효능감을 우리 모두 느끼도록 국회의장을 맡고자 한다”고 했다.

개딸을 비롯한 강경파가 득세하는 민주당의 분위기 속에 합리적 온건파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86그룹의 중진으로 꼽히는 조정식 의원과 우상호 의원의 도전에 당내 강경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고령’임을 내세워 검수완박 법안 통과 당시 안건조정위원장으로 등장한 김진표 의원의 변신이 강경파들의 호응을 얼마나 이끌어낼지는 24일 당내 경선에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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