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북 백신 지원 제안에 대한 북한 김정은의 반응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백신, 식량 등의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의사를 표명했고, 유엔등 국제사회도 대북 경제제재와는 별도로 인도적 대북 지원은 허락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주 초 북측에 '코로나 지원을 위한 실무 협의'를 제안하기로 했다.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정부는 이번주 초 북측에 '코로나 지원을 위한 실무 협의'를 제안하기로 했다.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직접적 백신 지원 의사는 없다는 점을 강조면서도, 한국 정부의 백신 지원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제사회의 왕따 북한정권, 코로나 대확산 시 마땅한 대응책 없어

그간 ‘코로나 청정 지역’임을 강조해온 북한은 최근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와 이로 인한 식량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라는 감염병의 특성상 일단 발병이 시작되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는 절정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대규모 코로나 감염사태는 아직 본격 시작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우리 정부의 백신 및 물자 지원을 마냥 거부하는 허세를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자처해온 북한에게 우리 정부만큼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해줄 의지와 경제력을 갖춘 국가는 사실상 없다. 윤석열 정부의 백신 지원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것이다.

‘청정국가’ 자랑했던 북한 내 코로나 신규확진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그만큼 북한의 사태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4일 기준 3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도 15명이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42명으로 증가했다.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6천18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부터 14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북한 전역의 발열자는 82만620여명이다. 그중 49만6천30여명이 완쾌됐고, 32만4천55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북한 내 확진자 증가세는 가파르다. 북한이 발표한 신규 발열자 수는 지난 12일 1만8천여명, 지난 13일 17만4천400여명, 14일 29만6천180여명 등이다. 15일에는 39만2천920명까지 늘어났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실제 규모가 10배 이상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북한 당국이 부실한 방역체계를 인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 관영매체는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라는 용어를 사용는 것에 대해서도 자가검사 키트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의 물자부족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김정은, 당의 부실대응 질책하면서 중국식 ‘봉쇄정책’ 강화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4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 “세계적으로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보건 위기는 방역사업에서의 당 조직들의 무능과 무책임, 무역할에도 기인된다”면서 “각급 당 조직 실무자들을 향해 “군중 속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코로나 확산을 초래했다고 질타한 것이다.

그는 “방역 정책 실행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당과 인민의 일심 단결에 기초한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 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력 극복의지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나라 선진국들의 방역정책과 방역성과 경험을 잘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했다. 이는 중국식 봉쇄정책을 더욱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물자난 악화로 당황한 북한 당국, 중국 지원 요청?...제 코가 석자인 중국의 실효적 지원 어려울 듯

그러나 봉쇄정책으로 인해 북한 내 식량난과 물자난은 급격하게 심화되고 있다. 중국 내 민심의 동요가 격화되는 것만 봐도 향후 북한 민심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조선중앙TV 카메라에 잡힌 평양 시내는 인적이나 차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빈 상태이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지난 12일 오전부터 전국 모든 도, 시, 군을 지역별로 완전히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거주단위별로 격폐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식량이나 약품을 구입해왔으나 봉쇄정책으로 인해 큰 난관에 빠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마당, 식당, 상점 등의 문을 아예 닫도록 했다. 5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상하이 봉쇄정책과 유사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통이 막히면서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주민들은 '셧다운' 소문만 돌았으나 정부 공식 발표 전까지 몰랐다면 사재기할 기회조차 없었을 수 있으므로 정부 배급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물자난으로 인해 북한 당국의 배급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이 중국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중국은 언제든 북한에 코로나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요구에 입각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봉쇄가 지속되는 상하이 시민들에 대한 물자공급도 여의치 않은 상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백신은 코백스가 북한에 지원하려 했다가 거절당한 아스트라제네카보다 안전성이나 효과면에서 열악하다.

김정은이 우리 정부 지원 거부 시, 아사자 33만명 발생한 ‘고난의 행군’ 대재앙 재연될 수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의사에는 '무응답'이었던 북한이 이번 윤석열 정부의 지원에는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의사에는 '무응답'이었던 북한이 이번 윤석열 정부의 지원에는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가 백신과 식량지원을 할 수 있는 국제사회 여건은 조성돼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 (VOA) 방송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은 VOA의 논평 요청에 "코로나 확산 방지를 비롯한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남북협력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된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최근 대북제재결의안과 관련해 코로나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 품목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14일 공동성명에서 “불법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자국민 복리보다 우선시하는 북한의 선택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북한이 조속히 국제 인도적 기구의 접근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0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1일 윤 대통령과 갖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전통적인 한미동맹의 복원을 확인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원칙적인 공감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윤석열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33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같은 대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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