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을의 3선인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6.1 충남도지사 선거 판세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와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혼전을 벌여오던 지지율 흐름에 첫 변화가 생겼다. 민주당이 지난 12일 박완주 의원을 ‘성비위 의혹’과 관련해 제명 처분한 다음 날인 13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양 후보를 오차 범위 밖의 큰 폭으로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13일 열린 충남지사 후보 TV 토론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13일 열린 충남지사 후보 TV 토론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욱이 그동안 침묵하던 박완주 의원은 15일 사실상 ‘성비위 의혹’을 정면부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의원직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박 의원이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논란을 자초함에 따라, 박완주 성비위 실체를 둔 정치권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박완주 성비위 보도된 다음날 실시된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김태흠 오차범위 밖 우세 보여

충남지사 지지율 변화의 신호는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성향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 감지됐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업체인 ㈜이너텍시스템즈에 의뢰해 지난 13일 충남 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묻는 조사에서 김태흠 후보는 51.1%의 지지율을 기록, 38.9%에 그친 양승조 후보를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인 12.2%포인트 격차로 우위를 보였다.

김 후보는 이번 조사에서 충남 전 지역에서 우위를 보이는 기염을 토했다. 충남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시지역인 천안과 아산에서도 의미있는 격차로 우위를 보였다. 천안의 경우 김후보 48.8%, 양 후보 40.8%로 8%포인트 격차였다. 아산에서도 김 후보 48.3%로, 42.9%에 그친 양 후보보다 5.4%포인트 앞섰다. 기타 충남 지역에서는 김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해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냈다.

세대별로 따져도 민주당 지지층인 40대를 제외한 세대에서 김 후보가 우위를 확보했다. 50대의 경우 54.4%를 얻은 김 후보가 43.3%에 머무른 양 후보를 11.1%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60대 이상에서는 김 후보가 67.1%로, 28.6%에 그친 양 후보를 40%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양승조가 ‘뒤집기’하던 판세, 박완주 성비위 사건 보도 직후 김태흠 우세 현상 두드러져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박완주 성비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에 실시된 조사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당초 양 후보와 김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히려 지지율 변화 추이는 양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열세였던 양 후보가 우위로 변하는 추이였다.

MBN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과 26일 충남에서 사는 성인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한 충남지사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우세했다. 양 후보 39.9%, 김 후보 46.2%였다. 김 후보가 6.3%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난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이틀간 실시한 충남지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는 팽팽한 박방구도를 드러냈다. 양 후보 37.5%, 김 후보 38.8%로 집계돼, 양 후보가 김 후보와의 격차를 1.3%포인트로 좁혔다.

그 뒤를 이어 중앙일보가 지난 4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양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6.4%포인트 격차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 후보 46.0%, 김 후보 39.6%의 지지율을 보였다.

기사 중의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완주 의원, 15일 성비위 의혹 부인...민주당이 침묵해온 성비위 사건 실체 둘러싼 논란 격화될 듯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란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란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박완주 성비위 의혹이 6.1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침묵해온 박완주 의원 본인이 15일 성비위 의혹을 전면부인하는 듯한 주장을 펴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15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과 나에게도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어떤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때가 되면 입장을 낼 생각이지만 아직은 그 때가 아닌 듯하다"면서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감내하고 시작한 일 지켜봐달라. 많은 분께 혼란(을 주고) 고통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제명 결정은 수용하겠지만 자신을 겨냥한 성비위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아닌 것은 아니다”, “때가 되면 입장을 낼 생각” 등의 발언은 자신이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완주 의원이 이처럼 반발함에 따라 성비위 의혹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함으로써 6.1지방선거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던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인의 부인으로 인해 성비위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2차 가해를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박 의원 성비위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연말에 보좌진과의 회식 자리에서 박 의원이 여성 보좌진에게 성추행을 했고, 이후 2차 가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12일 보좌진에 대한 성비위와 가짜 사직서를 통한 면직 시도 등에 대한 의혹 등으로 박완주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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