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6·1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다. 대선 패배 두 달 여 만의 ‘초고속’ 정계 복귀로, 앞으로 본격화될 대장동 수사를 대비한 방탄용 성격의 출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사수를 위해 이 상임고문의 등판이 불가피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 “성남 사수가 정치적 고향을 지키는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분당 갑 출마로 힘 실린 민주당 내 이재명 등판론

박 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선 패배의 아픔을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게 할 수 없다”며 “열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 전 지사가 성남에 고립되기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선거를 지원할 수 있는 인천 계양에 출마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민주당 안팎에선 그간 대선에 패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연고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 상임고문의 계양을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7곳)가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등 ‘미니 총선’급으로 격상된 데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로 판이 커지면서 당 안팎에서 ‘거물급’을 후보로 차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이 상임고문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자로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 상임고문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동시에, 당 선대위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맡아 6·1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이재명은 ‘무한책임론’ 내세우며 즉각 화답

이 고문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모든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수락했다. 이 고문은 '출마의 변'으로 대선 패배로 민주당이 어려움에 빠진만큼 자신이 '결자해지' 하겠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민주당의 상황과 지방선거의 어려움 또한 대선 패배에 따른 저의 책임이고, 이를 타개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통감한다"며 "무한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국민이 곧 국가다. 정치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일꾼이자 국민의 도구인 정치인에게 개인적 손익은 부차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손익을 떠나 정치적 책임 차원에서 당의 출마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번 출마가 이 고문 본인을 겨냥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둘러싼 수사를 앞두고, 원내에 있어야 방어권 행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만 ‘방탄 출마’라고 비판?...박영선도 “다가올 미래가 혼란스러워” 비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전 지사가 과거 인천 출마 권유를 거부했던 내용을 올리면서 검찰 수사를 피해가기 위한 '방탄 출마'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출마는)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라며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한 수사에 방탄을 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도는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현(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에둘러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크게 품고 눈 감아 주자'는 조언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다가올 미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연이어 박 전 장관은 "그래도 애당심이라는 것에 기대어 보지만 원칙과 공정이라는 가치 앞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이라며 "침묵이 해결하지 못하는 묵직한 연기가 너무 호흡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장관은 대한민국 각 분야 가운데 가장 고무줄 잣대를 지속하는 곳이 정치권이라며, 특히 공천시즌이 오면 더하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측근 김남국, “이 고문이 전체 지방선거 이끌 것” 주장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에 비판적인 기류는 이 고문의 최측근 인사들 가운데서도 감지된다. 이 고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남국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이 고문과) 가까운 분들은 대부분 (출마에) 반대를 했다”라며 “반대 이유는 조금 더 쉬었으면 하는 바람, 계양으로 출마하는 것이 (이재명) 본인의 정치에는 손해가 많다는 점” 등이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정치적 일정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조금 더 숙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당인이라 당이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하는데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고 본다”라며 “저도 굉장히 만류하는 쪽의 한 명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이 고문이) 물리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주요한 메시지를 시의적절하게 내서 전체 선거 판도를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본인 선거 때문에 타 지역 지원유세 등을 활발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전체 지방선거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전당대회 앞두고 ‘친명파’와 ‘친문파’ 간의 계파 갈등 분출 조짐

게다가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계기로 ‘리더십 공백’ 상태인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고문을 중심으로 한 ‘친명파’와 ‘친문파’와의 계파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고문의 명분없는 계양을 출마에 대해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인 김병관 전 의원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결정되면 자리를 비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5일 자신의 SNS에 “당내 문제를 공개적으로 쓰는 게 적절치 않습니다만 최근 이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 여부에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언론에서는 측근들을 인용해 제가 있기 때문에 이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어렵다고들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는 당 지도부에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대의에 맞고 당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 그 생각은 이 시간에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6월 1일 치뤄질 경기 성남 분당갑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김병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를 우회적으로 제안했다. [사진=김병관 페이스북 캡처]
6월 1일 치뤄질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김병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분당갑을 양보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진=김병관 페이스북 캡처]

김 전 의원은 분당갑을 이 고문에게 양보하겠다는 취지로 글을 썼지만, 그 이면에는 ‘이 고문이 험지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당내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명분보다 ‘국회의원 배지’라는 실리를 선택한 이 고문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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