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0.78%포인트 차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6.1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인천 계양을 후보로 출마한다고 8일 공식 선언했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들이 "지역구 선거운동에 주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국 승리를 위해 앞장서달라는 당의 요청으로 등판하는 것"이라 밝힌 바와 마찬가지로 이 고문은 이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이 고문은 이날 오전 11시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며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이 고문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제나처럼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고 민심의 바다에 온전히 저를 던지겠다. 당의 모든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더 나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힘겨운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의 상황과 지방선거의 어려움 또한 대선 패배에 따른 저의 책임이고, 이를 타개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이 곧 국가다. 정치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책임지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일꾼이자 국민의 도구인 정치인에게 개인적 손익은 부차적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경찰은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이 고문을 국고손실죄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와 맞물려 서둘러 복귀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이 고문은 마지못해 선당후사의 자세로 나라를 위해 나선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에 전략공천하는 한편 이번 6.1 지방선거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 고문에게 6·1 지방선거의 '수도권 선봉장'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대선후보급 인물이 전혀 연고가 없는 민주당 강세 지역에 명분도 없이 갑작스레 출마하는 데 대해 여론의 비판이 적잖은 것을 고려해 "이 고문의 등판은 단순히 '국회 입성' 목적이 아니며 이번 선거에 직접 나서 당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엄호해 왔다. 

이 고문도 이날 "제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저의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결단의 한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상대가 원치 않는 때, 장소, 방법으로 싸우는 것이 이기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자신이 처할 정치적 위험과 상대의 음해적 억지 공세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갑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전날 박종각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선을 위해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 가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며 "이재명 고문께 말씀드린다. 이재명 고문도 직접 시장을 했고, 지사를 했던 이곳에 와서 저와 함께 제대로 진검승부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는 새로운 지역구가 될 계양구를 향해선 "계양이 큰 정치인 송영길을 품고 키워주셨듯이 이재명을 품고 키워달라. 송영길을 이어 이재명이 계양을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중심으로 만들겠다"며 "이재명 때문에 내 삶이 달라졌다고 체감되도록 더 성장하고 자부심 넘치는 인천, 모두가 이사 오고 싶은 인천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전면 복귀한 이 고문의 이날 출정식에는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개딸'들로 불리는 2030 여성들이 40대 여성들과 함께 계양산 야외공연장을 메웠으며 연예인 콘서트장을 방불하듯 연신 이 고문을 환호했다. 파란색 응원봉과 풍선을 흔들며 "잘 오셨습니다" "기다렸어요"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에선 이 고문 출마를 반대하는 시위도 열렸다. 이들은 "계양이 호구냐" "이재명 방탄 출마 NO" 등의 피켓을 들었고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나라가 병들었다" "이게 나라냐?" 등의 탄식을 보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