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달성한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낙마를 목표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시간끌기에 나서고 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무기로 일부 국무위원, 특히 한동훈 후보자의 낙마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3일 인사청문을 마친 한덕수 후보자의 청문 심사경과보고서를 아직 채택하지 못했다. 인사청문만 거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총리는 재석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무위원 제청권을 갖는 국무총리 인준이 늦어지면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구성 자체도 차질을 빚게 된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가 지명되자 ‘부적격’ 인사로 낙인을 찍고, 자진 사퇴 및 윤석열 당선인의 지명철회를 압박해 왔다.

오는 9일 한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한겨레신문을 선두로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고등학생 자녀의 수상 실적 및 대외활동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5일 한 후보자의 딸이 미국 매체에 돈을 주고 인터뷰 기사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고 단독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ㄴ매체는 한 후보자 딸을 2018년 정부 인증 비영리 단체를 만든 설립자로 소개하며 그가 봉사활동 등을 한 복지관 관계자의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한겨레신문은 “복지관 관계자는 ‘한 후보자 딸이 자기들(단체)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물어봐서 몇 마디 말을 해 준 적은 있지만 해당 매체와 인터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한 후보자 딸 쪽이나 입시컨설팅 업체 등이 기사를 자작해 ㄴ매체에 실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또한 한겨레신문은 “한 후보자 딸은 이 매체뿐 아니라 지난해 미국의 ㄹ매체와도 인터뷰했는데, 이 매체 역시 65달러를 내면 ‘당신의 기사나 인터뷰를 실어드립니다’라는 광고낸 바 있다“고 했다.

또한 한겨레신문은 4일 한 후보자의 딸이 지난해 기획한 전시회가 외할머니 건물에서 유학 전문 미술학원의 도움으로 개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6개의 논문을 작성해 4개 저널에 게재하고 2020~2021년 10개의 영어 전자책을 출판하는 등 전문적ㅇ니 입시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큰 딸이 인천시장상과 서울시장상 등을 받았다는데 인천시청과 서울시청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mbc가 보도를 했다”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제 지옥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강욱 의원도 “준 적이 없는데 받았다고 하면 청문회 전에 자택 압수 수색을 해서 확인하는 게 윤과 한의 공정과 상식이었지요?”라며 수사 개시를 요구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고교 1학년(국제고 재학 중인 한 후보자의 딸)이 2021년 하반기에 다양한 분야의 고난도 주제로 단독저자 영문논문 6편을 작성, 4개의 저널에 게재(3개는 11월, 2개는 12월)했다”며 “이와 별도로 2021년 11월 자신과 단체의 이름으로 전자책 4권 출판했다”고 했다. 이어 “조만간 ‘천재소녀’ 찬양 기사 낼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후보자 딸이) 고1 때 두 달 간 논문 5개가 반독점법, 국가 채무 등 굉장히 제목만 들어도 쓰기 어려운 그런 내용들을 썼다”며 “그 다음에 또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기하학, 기초미적분학, 세포 주기와 유사 분열 등의 주제로 전자책을 썼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런 것들을 고등학고 1학년 학생이 학교 시험 보면서 다 가능했겠느냐. 결국에는 또 이것을 허위로 입시 컨설팅이나 이런 것들, 부모의 도움을 받아서 허위로 한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기사에서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article)들은 2019, 2020, 2021년 3년에 걸쳐 학교 리서치 과제, 고교 대상 에세이대회를 통해 작성한 에세이, 보고서, 리뷰 페이퍼를 모아 2021년 11월께 이후 한꺼번에 ‘오픈액세스저널’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게 각주, 폰트를 정리하여 업로드한 것”이라며 “대략 4~5페이지 분량으로, 해당 ‘오픈엑세스저널’은 간단한 투고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된다”고 했다.

이어 “후보자 딸이 재학 중 장기간 작성해 온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하여 업로드한 것인데 석박사 이상만이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연상되는 ‘논문’이라고 칭하는 것은 전형적인 왜곡 과장”이라고 했다. “모두 공개된 내용이니 어떤 글인지 보시면 알 것이고, 학계에 계신 분들은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사에서 ‘영어전자책’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후보자 딸이 영어로 진행하는 학습봉사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직접 작성한 약 10~30 페이지짜리 강의안(그림 포함한 분량)”이라며 “영어수학문제 모음, 중·고등학교 수준 과학이론 그림책 등을 아마존의 디지털 자가출판 사이트의 툴(도구)을 이용해 한꺼번에 업로드한 것”이라며 “출판사와 무관하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인데, 한겨레는 마치 출판사를 통해 정식으로 책을 출판한 것처럼 오해되도록 보도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인준’ 카드를 사실상 한동훈 후보자 거취와 연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자신의 ‘복심’으로 불리는 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 본인이 사퇴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동훈은 어떻게라도 막아야 하는데 대통령이 임명해버리면 끝 아니냐”며 “우리로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의석 168석에 달하는 민주당은 ‘한덕수 인준’ 카드를 인사청문 정국 막판까지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이 우려되는데다 한덕수 후보자가 호남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한 차례 총리를 지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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