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24차 관광산업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방역 규제가 심해 하늘길이 열려도 여전히 출입국에 어려움이 많다는 탄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모든 입국자에게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요구하면서 사람들이 출국 자체를 꺼리고 있다"며 "효과적인 방역정책인지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이 방역정책 관련 건의를 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시돼 다들 한이 맺혔다"며 "위원장으로서 죄송스럽다"고 했다.

우 사장은 "엔데믹 시기에 다른 해외 선진국보다 방역규제가 심하다. 내국인의 해외여행과 외국인의 한국관광이 원활해져야 한다"며 "관광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PCR 검사로,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PCR 검사를 없앤 만큼 우리도 다른 대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항원검사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우 사장은 관광산업 재개 속도가 늦어져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인천공항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도 제한돼 잘 지은 공항 활용을 못하면서 글로벌 순위가 8, 9위에서 50위로 추락했다"며 "여행을 기반으로 호텔, 면세점, 항공은 물론 명동, 홍대 등 관광객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소상공인까지 생태계 전체가 문제"라고 했다.

또 "산업 초토화로 신규채용을 멈춘 지 3년이 됐고 100여곳이 넘는 관광업 관련 학교도 학생 진로가 막히고 지방대는 학교 자체도 위태로워지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이 어렵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에는 우 사장을 비롯해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이사,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대표, 안교육 한진관광 대표, 유용종 한국호텔업협회 회장, 이대성 한국호텔전문경영인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허희영 총장도 "코로나19 여파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한 규제로 글로벌 흐름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생태계 복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자리 손실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방역당국이 규제를 풀어준다면, 여행업계나 관광업계가 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우 사장과 마찬가지로 허 총장도 정부에 PCR 검사 등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결정적으로 국내 관광항공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은 한일관광 복원이다. 하지만 일본 항공노선이 늘어도 수차례에 걸친 PCR 검사에 신규 관광비자 발급 중단 등으로 관광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발목이 잡힌 업계 입장으로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 회복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비자 문제는 코로나19가 아닌 한일관계 경색 때문인 만큼 당장 PCR 검사를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각) 자정을 기해 코로나19로 2년 넘게 닫혔던 국경을 외국인 방문자들에게 다시 열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오늘 아침 이른 시간, 비자면제국들에게 국경을 다시 개방해 세계와 우리를 다시 연결하는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다"며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한국,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들을 다시 한 번 환영한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없이 입출국이 가능하다. 태국도 입국 당일 PCR 검사를 폐지했다. 세계 각국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빗장을 풀고 있는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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