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일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이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됐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67일간의 사건들을 담았다.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에 출연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에 출연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그대가 조국’은 내달 25일 극장에서 정식 개봉된다. 6월 3일까지는 특별 상영회가 8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제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기업이 경영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를 분식회계(粉飾會計)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조국 다큐는 철저하게 ‘분식(粉飾) 다큐’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이번 다큐로 인해 최소한의 양심에 기대어 국민에게 반성할 기회마저 상실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인간의 도덕성으로 회귀할 기회조차 박차버렸다는 점에서 ‘완벽한 자충수’인 셈이다.

“조선시대로 치면 귀양 간 상태”라고 말문을 여는 조국, ‘면죄부’ 받겠다고?

영화의 첫 장면은 조 전 장관이 텅 빈 자택에서 외출 채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조선시대로 치면 귀양 간 상태다”라는 말로 심경을 드러냈다. 재판을 준비하는 조 전 장관의 일상과 심경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다큐를 계기로, 우파에서도 문재인 정권 5년에 관한 다큐 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진실을 다룬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다큐를 다룬 기사의 댓글에서는 ‘좌파들은 이렇게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한다. 당장 효과를 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 그런 건 배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대가 조국'은 지난달 25일 배급사 엣나인필름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30초 분량의 티저 예고편을 공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 예고편에는 “아, 얘네들은 이 집안을 죽이기로 마음먹었구나”라는 음성이 나왔다.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은 5000만원이었는데 6일 만에 12억 모여

예고편 못지않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시사회 개최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을 진행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모금을 진행한 결과, 6일만에 12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은 것이다. 당초 목표액은 5000만원이었다. 대관비 3000만원과 포토북 500만원, DVD 제작비용 1500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29일 '다스뵈이다' 방송 시점 기준 텀블벅을 통해 3억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금됐고, 지난 1일 기준 12억원을 넘어섰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29일 '다스뵈이다' 방송 시점 기준 텀블벅을 통해 3억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금됐고, 지난 1일 기준 12억원을 넘어섰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지난달 25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모금은 시작 3시간 만에 목표액을 넘어섰고, 오후 1시 30분 기준 5200만 원을 넘겼다. 모금 시작 6일 만인 1일 오전 11시 30분까지 12억 5835만 8000만 원이 모였다. 목표 금액의 2516%를 달성한 것이다. 후원자 수는 2만 3700명을 돌파했다. 펀딩은 이달 15일까지 진행된다.

이 다큐와 관련, 유일한 언론 인터뷰는 지난 29일 방송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통해서 진행됐다. 당시 방송에는 연출을 담당한 이승준 감독과 제작을 맡은 진모영 감독, 그리고 조국 공판을 전부 다 참석했다는 ‘빨간 아재’가 출연했다.

이승준 감독,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으로 아케데미 단편 다큐 후보에 올라

이승준 감독은 “저널리즘적 다큐멘터리 말고, 그 안에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그러면서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을 드러내려고 했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영화 ‘달팽이의 별’로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 현장을 담은 29분짜리 단편 다큐 ‘부재의 기억’으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도 올랐고, 뉴욕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기도 했다.

제작을 총괄한 진모영 씨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독립영화 감독으로, “이 다큐가 ‘님아’의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님아’는 480만 1276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독립다큐로, 4만도 넘기기 어렵다는 독립다큐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는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 제작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진모영 제작자, 이승준 감독, 빨간 아재.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지난달 29일 방송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는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 제작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진모영 제작자, 이승준 감독, 빨간 아재.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이름에서 좌파 성향을 숨기지 않은 ‘빨간 아재’는 시사회에 직접 참가는 하지 못했다면서도, “참가한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들으니, 대한민국 다큐 사상 가장 쎈 작품이 나왔다고 한다”면서, “국가 권력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검찰이 어떻게 괴물화되고 있는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관객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할 기회를 주는, 아주 섬세하게 연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조사를 받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끌어내서, 전체의 상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스타일로 감독했다는 것이다.

김어준씨와 이승준 감독, 진모영 제작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방청석에 자리한 ‘개딸’들은 환호를 보냈다. 관객의 반응에 고무된 김씨는 “오늘 예고편이 너무 짧았다. 다스뵈이다에 나왔기 때문에, 다음주는 10억을 넘길 것이다”면서 “20억원을 목표로, 좀더 자세한 예고편을 제작해 다시 한번 출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20억원을 넘기면 ‘조국 전 장관’(출연)을 섭외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자신을 희생양으로 분식시킨 조국 다큐, 법치 부정이 본질...남은 재판에 불리한 변수 될 듯

그들이 다큐 제작과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취해 있는 가운데, 보수 우파에서는 그들의 뻔뻔함과 내로남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선동에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다시 한번 조국 지키기에 나선 좌파의 자세는 보수 우파가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전 법무부 장관으로서 끝까지 법원 판결을 부인하고 다큐를 찍은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에서는 “좌파의 주장대로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고 쳐도, 판사가 3번이나 오판을 했다는 말인가? 반성하고 자숙해야 하는 조 전 장관은 다큐를 찍음으로,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의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린 판결이라는 점에서, 조 전 장관의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의 다큐에 대한 후원금 모집 상황과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에 대한 모금을 비교하면서 “6일 만에 12억이 대단한가? 강 변호사에 대해서는 단 2일 만에 26억원의 후원금이 모금되었다”면서, 강 변호사에게 명함도 내밀지 못할 후원금 성적으로, “이제 그만 조용히 물러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대가 조국' 제작진은 후원 계좌까지 오픈해, 모금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그대가 조국' 제작진은 후원 계좌까지 오픈해, 모금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이런 가운데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문 대통령에 의해 설혹 사면되더라도, 조 전 장관의 재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남은 재판에서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을 검찰 권력에 당한 희생자로 그린 프레임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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