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72명 의원 전원 명의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15일발의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입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에 대한 검찰수사를 막기 위한 ‘정치적 방탄입법’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ㆍ박찬대 의원 등이 15일 오전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ㆍ박찬대 의원 등이 15일 오전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신에 궤변을 펴고 있다. 민주당의 황운하 의원은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세계적 추세이고, 선진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이 되는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편협하고 왜곡’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영화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것을 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과연 민주당의 주장이 맞는 것인가? 영화가 잘못된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황당무계한 ‘허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① 미국에서는 검사가 수사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뉴욕 남부지검장 출신 김준현 변호사, “연방 검사와 주 검사 모두 직접 수사해”

SBS는 지난 15일 미국의 중앙지검이라 불리는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의 전 지검장인 김준현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여부를 보도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17~2018년까지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을 맡아, 미국 내 한국계 법조인 중 최고위직에 올랐던 법조인이다.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의 전 지검장인 김준현 변호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검사가 수사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SBS 방송 캡처]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의 전 지검장인 김준현 변호사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검사가 수사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진=SBS 방송 캡처]

뉴욕 남부지검은 월스트리트와 맨해튼을 관할로 두고 있기 때문에, 주가 조작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 같은 정치 거물들의 권력형 범죄를 도맡아 수사하는 곳이다.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의 성범죄 수사 책임자로 큰 관심을 받았던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검사가 수사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에는 주 검사와 연방 검사가 있는데, 두 기관 모두 검사들이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경찰이나 FBI의 수사를 감독·지휘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이 경우 더 많은 수사 인력과 인프라를 가진 FBI 또는 경찰과 협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트럼프 사건’ 같은 경우는 검찰이 먼저 수사 시작을 했고, 그런 사건을 검사의 개입 없이 분리해서 수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를 먼저 시작하다가 수사관이 더 필요할 경우, FBI 등 다른 수사기관에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미국의 기준은 아니라고 했다.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것이 사건 처리에 효율적인 것 같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미국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검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해 김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어느 쪽이 더 중립적일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또 배심원제를 채용해 검사를 견제하고 있다는 점 등 한국과 미국의 제도적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② OECD 35개국 중 27국이 검찰의 수사권 보장...검찰 수사권 배제한 영국은 ‘중대비리수사청’ 설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77%는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학술지 ‘형사사법의 신동향’에 발표된 논문(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 선진 외국에서는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OECD 전체 35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국가는 총 8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연방 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다.

영국에서는 검찰이 수사권을 갖지 못한 데 대한 해결책으로 1987년 중대비리수사청(SFO:Serious Fraud Office)을 설립해, 중대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SFO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의 모범으로 꼽는 사례이다. 하지만 SFO의 설립 자체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기존의 영국 제도로는 중대범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해결책으로 등장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주장이 틀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럽평의회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CEPEJ)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7개 회원국 중 39개국의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프랑스와 독일은 검찰이 수사권을 보유하되, 검찰청에 직접 수사인력을 두지 않고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를 한다.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은 인정되지 않고, 사법경찰의 지위는 ‘검사의 보조자’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 ‘경찰은 머리 없는 손발’이라고 표현한다.

‘형사사법의 신동향’에 논문을 발표한 신태훈 수원지검 형사5부장은 “특정 소수 국가만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와의 차이점만 부각한 다음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석 대상이나 논증 자체에 있어 바람직한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검찰청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중대범죄에 대해 수사·기소 융합추세인 국제기준 및 해외 입법례와도 상충한다”고 반박했다. 황운하 의원의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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