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총재 없이 금리 올린 한국은행, 외환위기도 대비해야
[오정근 칼럼] 총재 없이 금리 올린 한국은행, 외환위기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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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은행이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석 달 만의 인상이다. 한은 총재 공석 속에 이뤄진 금리 인상 결정이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는 19일 열린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많았지만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만큼 치솟는 물가와 예상되는 미국의 긴축 행보에 대한 대책이 시급했다는 분석이다.

물가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와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공급망이 막히면서 거의 모든 물가가 연이어 급등하고 있다. 3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1%가 상승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3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5.5%나 급등했다. 1년 전보다 원유(85.8%)와 옥수수(34.8%)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이로 인해 당분간 물가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인 서민들은 장바구니 부담마저 커지면서 민생이 말이 아니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말한 점이 바로 이런 배경이다.

미국도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8.5% 뛰며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기금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달 최대 95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양적 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도 5월부터 시작된다.

이런 국내외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총재 부재 속에서도 금리인상을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우선 급등하는 물가는 잡는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이번 물가상승은 수요가 증가해서 물가가 상승하는 수요견인형 물가상승이 아니라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망이 막혀서 물가가 올라가는 전형적인 공급측면의 비용인상형 물가상승이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수요견인형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거시안정화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으로 인한 투자위축과 소비둔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금년 중 성장률은 3% 달성도 힘들 것으로 전망인데 더욱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시급한 일자리 창출에도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변수가 외국인투자자금의 이탈이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달러당 1190원대를 유지해 오던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230원 대 까지 상승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3월 중 4조 5천억원 순유출된데 이어 4월 중에도 14일까지 3조 3천억원 순유출되고 있다. 4월 들어서는 채권시장에서도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4월부터는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레미엄도 올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빅스텝으로 인상하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라가면서 외국인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어 한국은 성장둔화를 감수하면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만 해도 딜레마인데 설상가상 일본 엔화가 최근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초만 해도 달러당 114엔대를 보이던 달러당 엔화 환율이 최근 130엔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엔화의 가치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정도다.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글로벌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지난해 8월부터 일본의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지속한 데다 경상수지마저 지난해 11월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데 따른 것이다. 일본의 경상적자는 작년 9433억엔 흑자에서 1조 1887억엔 적자로 추락할 것으로 일본 재무부는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행은 미국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 않다. 이는 일본은 자본유출을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엔화는 글로벌 결제비중에서 3% 정도로 큰 수준은 아니지만 기축통화인데다 일본은행은 미국연준과 상시 무제한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어 오직 경기와 물가만 보고 금리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 점이다. 일본은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비 0.9% 1월 실업율은 2.8% 수준이다. 일본은행 쿠로다 총재도 엔화약세가 일본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엔화가치가 이처럼 하락하는데 한국은 미국금리인상에 따라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 3월 초만 해도 100엔 당 1050원대였던 원엔환율이 최근에는 977원 까지 하락했다. 앞으로도 한국은 금리를 더 올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원엔환율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한국의 수출이다. 여전히 글로벌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품목이 많은 한국은 원엔환율이 하락하면 한국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의 통화정책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상승률과 미국금리인상 및 외환보유액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경기부진과 일본 엔화의 큰 폭 약세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재정도 확장기조에 머물고 있다. 내년에도에 10조 원 정도 지출구조조정을 한다고 하지만 이미 슈퍼예산규모여서 여전히 내년예산도 적지 않은 규모가 될 전망인데다 당장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전을 위한 추경이 거론되고 있다.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국채발행을 주장하는 민 주당 간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유념해야 할 중요한 변수가 한국은 지금 재정 금융 외환의 복합위기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재정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통계매뉴얼이나 선진국 기준의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기준으로는 GDP 대비 130% 안팎이어서 위기상황이다. 유로존 수렴조건은 60% 미국예산통제법은 100%를 위험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융도 한국은행이 3월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0.8%로 전년 말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지속되어 취약계층과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국금리인상에 따른 엔화 약세가 있은 후 그 여파로 한국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이 둔화되면서 외환위기가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997년에 경험해서 알고 있지만 위기가 한번 오면 새 정부의 경제는 붕괴되고 사회는 실업급증으로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에는 재정에 여유가 있어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마련해 위기의 기업과 금융회사들을 구제해 주었는데도 엄청난 경제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1997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68조 7000억원 인데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2/4분기 현재 공적자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회수액은 117조6000억원을 기록해 회수율은 69.7%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의 마지막 방파제인 재정이 바닥수준이어서 위기가 한번 오면 기업과 금융에 미칠 충격파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의 여파를 고스란히 새 정부가 뒤집어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새정부의 거시정책 운용여건이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통화당국의 수장인 한국은행총재와 재정당국의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체된다. 사면초가인 거시경제여건을 돌파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신의 한수 타개책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목표는 물가안정, 금융안정. 성장과 일자리, 그리고 외환시장안정이다. 그런데 정책수단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뿐이다. 외환과 환율 수단은 한국은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자본이동이 자유화되어 있는 소규모개방경제인데 외환시장개입도 수년 전 체결한 한미환율협정으로 개입내역을 공개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환율안정을 위한 외환시장개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경우 미시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은 중단된 달러기준 통화스왑인 한미 한일통화스왑이 중요한 해결책이다. 국제금융시장을 활용한 다양한 2선 외환보유액 확보도 중요하다. 차등의결권 도입 등 외국인자본 유출을 둔화시키기 위한 자본시장 대책도 필요하다. 재정정책이 한계에 직면해 있어 성장과 일자리는 규제혁파 법인세 인하 등 기업투자환경을 개선해 돌파해 나가는 것이 정공법이다. 원자재 공급망 발 인플레이션 요인을 진정시키기 위한 공급망 개선에도 진력해야 한다. 새 정부의 성공과 경제반등을 위해 곧 들어설 새 경제팀의 훌륭한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오정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자유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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