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3.20~24)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L(리터)당 1천918.1원이었다. 전주 대비 15.6원 오른 것이며 이는 2008년 7월 넷째 주(1천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다.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차등적용 등의 영향으로 통상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저렴하다. 그런데 경유 가격의 최근 급등으로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이번 주에는 84원으로 좁혀졌다.

서울 지역의 경유 가격은 주중 L당 2천원을 넘기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언론에 "지난해부터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생산을 줄이면서 유럽지역의 경유 재고가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시장에서 경유 주문이 폭증해 공급 부족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시행 또는 검토 소식은 러시아에 경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의 수급 차질 상황과 맞물리며 기름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최근 대(對)러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내려 국제 유가가 뛰었고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며 국제 경유 가격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경유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라고 밝혔다.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국제 경유 가격을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편으로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경유차를 이용하는 화물·물류업계의 부담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경유는 화물차량이나 택배 트럭 등 상업용 차량, 굴착기, 레미콘 등 건설장비에 쓰인다. 기름값 급등에 화물단체들은 최근 거리로 나와 정부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전날 오후 기준 일일 평균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 가격은 L당 1천919.7원. 제주도가 L당 2천2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가격이 높았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기도 했다. 

이달 넷째주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7.5원 오른 L당 2천1.9원이었다. 10주 연속 상승으로 2012년 10월 넷째주(2천3.8원) 이후 최고가다. 전국 최고가와 최저가를 각각 기록한 제주의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9.1원 오른 L당 2천108.2원, 전북의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6.3원 오른 1천974.9원이었다. 

국제 유가는 계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L당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의 가격 하락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더 가파를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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