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1일로 예정됐던 2022년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을 20일 돌연 연기했다. 유가 급등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되면 전기요금도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공개 일정이 조정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전은 21일로 예정된  2022년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을 20일 돌연 연기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21일로 예정된 2022년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을 20일 돌연 연기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21일로 예정됐던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돌연 연기돼

한국전력은 2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2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며, 추후 그 결과를 회신받은 후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하는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최종 결정권을 쥔 산업부는 전기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21일까지 한전에 인상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한전은 산업부의 통보 내용에 따라, 21일 2분기 전기요금안을 공고할 계획이었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도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정부가 ‘인상 유보’를 결정하면서 동결된 바 있다. 한전은 지난 16일 ‘조정단가 결정권’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에 3원 인상안을 제출했다. 급작스럽게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가 전격 연기됨에 따라, 이번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연료비 조정 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4가지로 구성돼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이 연료비 구매에 들인 비용을 분기별로 반영하는 것으로, 연료비 조정요금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한전은 분기마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하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 범위로 제한돼 있다. 통상 3원이 오르면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매달 1000원 가량 부담이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발전 원가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 연동제’의 취지를 고려하면, 최근 원료비 급등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전력량 요금 9.8원 인상 예정, 기후환경요금도 2원 인상 예정돼...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불투명

다만 다른 변수도 적지 않아 연료비 조정단가가 인상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첫째, 정부는 이미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를 4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기로 했다. 게다가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2원 올린 7.3원으로 결정됐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당장 다음달부터 6.9원의 인상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연료비 조정단가까지 3원 인상되면, 당장 다음달부터 9.9원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너무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 정부는 임기 2달 남기고 전기요금 인상 추진...윤석열 당선인은 ‘4월 전기요금 동결’ 약속

둘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4월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은 '4월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의 임기가 5월부터 시작되기는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직전에 윤 당선인의 공약과 다른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약했다가 갑자기 지난해부터 대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임기를 2달 남겨두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새 대통령에게 지우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됐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한 야당 대선후보가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가 본격 가동되면 인수위와의 협의도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와도 논의해야 할 사안이어서, 한전이 발표를 연기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연료비 조정단가 사실상 동결로 한전의 적자 누적돼

한국전력은 지난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인하한 뒤 2·3분기에는 동결했고 4분기에 다시 3원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1분기에도 동결되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은 지난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인하한 뒤 2·3분기에는 동결했고 4분기에 다시 3원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1분기에도 동결되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연료비 조정단가가 사실상 동결되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은 ‘연료비 조정단가’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 등을 우려해 지난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인하한 뒤 2·3분기에는 동결했고 4분기에 다시 3원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1분기에도 동결됐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됨에 따라, 한전의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5조8천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원가가 계속 올라, 올해는 무려 20조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1분기 적자만 해도, 작년 연간 전체 적자 규모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의 적자가 커지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한전 부채는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빚"이라며 "연료비 연동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존 인상안은 그대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