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나면서 후임 인선이 늦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짧게는 신임 총재의 내정부터 청문회 통과까지 16일이 걸리는데 이 총재의 임기는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역대 한은 총재 가운데 이주열 총재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2012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은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고 이 총재는 2014년 처음으로 청문회를 거쳐야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해 3월 3일 이 총재를 내정했고 이 총재는 16일 뒤인 같은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합의로 '적격'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서 공식 임명됐다.

이 총재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유임될 당시에도 19일이 걸렸다. 재임명(3월 2일)부터 인사청문회 개최와 통과(3월 21일)까지의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달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 총재의 후임 총재는 4월 1일 취임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11일 동안 후임자 내정과 청문회 절차 등이 여야 합의로 속전속결 이뤄지지 않으면 공백 사태는 불가피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청와대, 여야 등 정치권이 전격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임명과 청문회를 서둘러 진행하면 4월 취임도 아직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개인적 의견으로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현재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총재 후보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합의만 이뤄지면 인사 조치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다음 달 새 정부 내각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은 총재 인선도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문회 등에서 문제가 노출될 경우를 우려해 다른 인사와 함께 다음달 중순께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 일단 한은은 '총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총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된 한은 정관대로 당분간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의장도 겸한다.

금통위는 오는 24일 회의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의장 직무를 대행할 위원을 결정한다. 현재 서영경 위원(2021년 10월∼2022년 3월)이 맡고 있고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이다. 다음 달 1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까지 신임 총재가 취임하지 못하면, 주상영 의장 직무 대행 주재로 기준금리 결정 등의 안건이 논의된다.

금통위 회의에서 의견이 반으로 갈릴 때 총재가 캐스팅보트 역할 등을 수행하는데 다음 달 또는 5월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등에 따라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한은 총재 공석으로 기준금리 결정 등 금통위 활동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 평가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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