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8일 만에 인수위가 진용을 갖추고 출범했다. 17일 확정된 24명의 인수위원 가운데 안철수 위원장이 추천한 ‘안철수계’ 인사들이 10명으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공동정부 순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 인선 과정을 통해 안철수계가 대거 포진하면서, 공동정부 순항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 인선 과정을 통해 안철수계가 대거 포진하면서, 공동정부 순항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계는 과학기술계만 진출?...7개 분과 중 6개 분과에 1~2명씩 임명

안철수계로 지목되는 인사는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김도식 서울 정무부시장, 남기태 서울대 교수, 백경란 성대 의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신용현 전 의원,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 이태규 의원 등이다(가나다순). 그 외 박순애 서울대 교수도 이태규 의원의 추천으로 합류한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경제2 분과 간사인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도 안 위원장이 카이스트 재직시 인연으로, 범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윤석열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인선 협의 과정에서 ‘지역, 여성 할당’ 등 기존의 안배 형식을 깨고, ‘각 분야의 최고 전문성’을 인선의 요건으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의견 충돌 없이 상대 측 추천 인사들을 수용하면서 재빠른 인수위 진용을 갖추었다.

그 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이 각 분야에 골고루 이름을 올렸고, 총 7개 분과의 간사는 대부분 윤 당선인 측 추천 인사들이 맡았다. 안 위원장 측도 인선 논의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흔쾌하게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 위원장 측 인수위원들도 과학기술분야에만 임명된 게 아니다. 7개 분과 중 외교안보를 제외한 6개 분과에 1~2명씩 포진했다는 점에 주목된다.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인수위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공동정부의 성공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7일 인선이 마무리된 인수위원회 조직도. 초록색으로 표시된 인물이 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수위원들이다. 외교안보를 제외한 6개 분과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17일 인선이 마무리된 인수위원회 조직도. 초록색으로 표시된 인물이 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수위원들이다. 외교안보를 제외한 6개 분과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자료 일부 수정]

안철수의 최측근 정치인 3명 눈길...단일화 창구 이태규 의원,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도 합류

그 가운데 안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 3명의 인선이 눈에 띈다.

인수위 업무의 '뼈대'를 책임지는 기획조정분과의 인수위원에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발탁됐다. 이 의원은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물밑 협상의 창구 역할을 했던 안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오랜 기간 안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사회복지문화 분과 인수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시장은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 위원장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서울시 공동경영' 약속을 했던 것을 계기로, 오 시장 취임 후 1년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아왔다.

김 부시장은 현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김 부시장은 1998년 김대중대통령 취임식 실행위원을 지냈으며, 언론 및 방송 관련 분야에서 꾸준히 학문적 역량을 쌓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김 부시장에 대해 "방송은 특정 진영과 이념을 위한 사회적 도구로 전락해선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김 부시장의 이같은 인식이 향후 사회적 공기로서 국민을 위해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언론의 역할을 함께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원을 겸하는 인수위 대변인에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신용현 전 의원이 발탁됐다. 신 전 의원은 안 위원장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을 당시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했던 과학기술인으로,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과학자 출신인 신 전 의원을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한 배경에 대해 "그만큼 과학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7개 분과 인수위원 24명의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이르면 내일(18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7개 분과 인수위원 24명의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이르면 내일(18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과 '우주인'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등 과학기술인도 주목돼

따라서 안 위원장 측에서 추천한 인사들 중에는 과학기술분야 출신이 눈에 띈다. 경제2 분과 인수위원인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과 '우주인'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그들이다. 유 전 그룹장과 고산 대표에 대해서는 안 위원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산 대표는 당초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으로 거론되다가, 스타트업 경영인인 점이 고려돼 경제2 분과 인수위원으로 합류했다. 예비 창업자를 돕는 비영리법인을 만들었고, 현재 제조업 파트너를 연결하는 매칭플랫폼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선거 캠프에 몸담은 이력이 있음에도 대기업에서 기업 혁신 관련 경력이 많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진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 등을 감안해 포용적인 측면에서 추천했다고 한다. 현재 SK텔레콤 고문을 맡고 있으며, 인수위에서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과학기술교육 분과위 인수위원인 남기태 교수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 한림원의 회원이며, 임용 당시 재료공학부의 최연소 교수임용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김은혜 대변인은 “세계 최초로 자연계 생체연료 합성시스템을 모방한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을 개발해 이산화탄소로부터 신개념 ‘탄소중립연료’인 연료용 카보네이트 합성에 성공한 과학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 쓸모없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남 교수와 같은 젊은 과학자이자 교육자가 함께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전 세계 탄소중립연료 개발 분야에서 종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 서울대 의대 후배인 백경란 교수, 새 방역체계 설계할 듯

새 방역체계를 설계할 백경란 교수는 사회복지문화 분과위 인수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백 교수는 안 위원장의 서울대 의대 1년 후배이자, 안 위원장 베우자인 김미경 교수와 의대 동기이다. 김은혜 대변인은 백 교수에 대해 “역량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로,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시기,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맡아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했다.

한국금융학회장인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1 분과 인수위원에 선임됐다. 재무관리, 국제 금융 분야 전문가로 자본시장과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을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애 교수, 이태규 의원과 함께 새 정부 조직개편 틀 짤 것으로 전망돼

정무사법행정 분과 인수위원으로 선임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안철수계로 분류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정부 조직개편 관련 업무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경제 분야 정부 조직개편 논의는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키를 잡고, 전문가인 박 교수 등이 함께 참여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가부 폐지 논의 과정에서 이 의원과 박 교수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줄짜리 공약을 올리면서 뜨거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여가부 폐지에 이태규 의원이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공동정부의 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이 의원이 과거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별과정인 ‘국가정책과정’을 수료할 때, 박 교수가 주임교수였다는 점이 발탁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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