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 '향군 변절' 개탄하는 글… SNS에서도 비판여론 거세
향군, 회원동원은 인정... "북한 비핵화와 한미동맹 강화 당부 위한 것" 해명
문재인 대통령 절친으로 회장 바뀐 자유총연맹도 비슷한 행보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를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원들.(연합뉴스 제공)

 

평생을 '대한민국 지킴이'로 헌신한 퇴역군인들의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회원들을 대거 동원해 판문점으로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하는 행사를 주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날 오전, 향군은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1.2km에 달하는 거리에 6000명 이상의 회원들을 동원해 태극기를 들고 정상회담을 위해 나서는 문 대통령을 환송하는 '향군 한마음 대회'를 개최했다. 향군은 지난 3월15일에 10대 주요 일간지에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3월22일에는 전국 235개소에 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고 특히 한미동맹을 흔들었던 두 정권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며 반(反)대한민국 정권과 싸우는 보루 역할을 톡톡히 했었던 향군이 주적(主敵)인 북한과의 가장(假裝)된 평화를 연출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남북 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김진호 회장은 작년 9월12일 서울역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김진호 회장은 작년 9월12일 서울역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비핵화를 주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정책이 아닌 대한민국의 핵 무장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연합뉴스 제공) 

 

우파 진영에서 좌파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던 향군이 이처럼 달라진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국고보조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어느 육군 예비역장성이 쓴 글'이라는 제목으로 SNS에서 최근 유통되고 있는 글에는 향군의 최근 행보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겼다.

글에는 "향군이 각 지회에 공문을 내려 남북 정상회담 성공기원 축제 차원에서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갈 때 연도에 나와서 손을 흔들라고 했다"며 "전체 대의원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국 보조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결론내고 참전용사들을 길에 세웠다"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7일 오전에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향군 회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문재인 대통령의 환송한 사건을 비판했다. 

또 "DJ(김대중)때도 MH(노무현)때도 정상회담 길에 동원 않던 향군 멤버들을 이렇게 활용하곤 마치 자발적으로 나선 것처럼 언론에선 박자를 맞추고 있다"며 "몇 푼의 돈 때문에 할 말 못하고 입 닥치고 있는 향군과 성우회가 어떻게 이 나라의 안보를 책임졌던 사람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나. 이용한 정권보다도 알량한 돈 몇 푼에 혼을 팔아버린 우리 향군이 너무나 밉다"는 향군과 성우회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또 향군에는 이번의 '이례적 동원'을 비판하는 전화도 적지않게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향군 관계자는 최근 PenN의 취재에 "향군이 남북 정상회담 당일 오전에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회원들이 문 대통령을 환송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성공적인 회담을 이끌어 달라는 당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향군 측은 또 국고보조금 때문에 향군이 '변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맞는 부분도 있지만 오해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향군 관계자들은 "향군은 자체 사업을 통해 매년 200억 원 상당의 돈을 벌고 있고 이 돈을 국가보훈처에 기부한 뒤 다시 돌려받는다. 향군은 이 과정에서 세금 면제라는 단순 세제혜택을 받는 것일 뿐 국고보조금을 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지난 2013년 5월2일 서울역 광장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가졌다.(연합뉴스 제공) 

 

향군은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지지하는 이유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했던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크게 흔들 수 있었기에 향군은 당시 강력히 반발했었다"며 "당시 우파 세력과 연대했었던 것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일치했기 때문이지 우리 단체의 성향이 우파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향군은 "현역 군인들 다음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는 제2의 보루(堡壘)이기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치단체가 아닌 안보단체이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안보정책이 올바르다면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담 결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군철수를 내포하고 있는 용어가 나왔고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문 대통령이 회담을 이끌었다는 것에 대해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향군은 답변을 꺼렸다.

한편 최근 총재가 바뀐 한국자유총연맹 역시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북한이 합의사항을 여러차례 뒤집었기에 북한을 신뢰할 수 없고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성명서에 담았지만 이번 회담의 결과인 '판문점선언'에 대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확산 활동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 자유총연맹은 향군과 더불어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우파 진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단체다. 경희대 법학과 72학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박종환 회장이 지난 19일부터 자유총연맹을 이끌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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