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여타 집회에 대해 '수요시위'를 더욱 보호하라고 경찰에 권고했지만
인권위 권고는 순수히 '권고적 효력'만 지녀 '강제성' 없어...경찰이 불수용한 사례도
정의기억연대, "경찰에 면담 요청했으나 경찰은 '정치 편향 논란' 우려해 사실상 거절"
소위 '반대 단체' 측 집회 신고를 '허위 신고'로 보겠다는 정의연...가처분신청 될까?

정의기억연대가 ‘수요시위’ 집회 장소 확보를 위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을 세웠다는 소식이 1일 전해졌다.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 장소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으로부터 계속해 밀려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에 반대하는 단체(이하 ‘반대 단체’)들이 ‘연합 전선’을 구성해 ‘일본군 위안부’ 동상 부근 모든 장소에 대해 정의기억연대에 우선해 집회 신고를 냈기 때문이다.

정의 기억연대 등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성노예제를 부정하며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는 극우단체들의 행위를 국가공권력인 경찰이 제지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현장 실태조사와 긴급구제 조치를 요청했다.(사진=연합뉴스)
정의 기억연대 등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성노예제를 부정하며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는 극우단체들의 행위를 국가공권력인 경찰이 제지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현장 실태조사와 긴급구제 조치를 요청했다.(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에게 각각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를 다른 집회에 우선해 보호해 줄 것을 경찰에 권고하는 취지의 긴급구제 결정을 내린 이후로도 정의기억연대가 원하는 ‘상황의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경찰이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집회를 개최할 것을 ‘반대 단체’에 적극 권유하는 한편, ‘수요시위’ 현장에서 ‘반대 단체’에 의해 모욕 및 명예훼손 범죄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적극 제지하고, 피해자들의 처벌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경찰에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기억연대 측은 “(이같은) 인권위 권고는 경찰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었는데, 달라진 점이 없었다”며 “오히려 (정의기억연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한) 반대 단체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의기억연대는 인권위 긴급구제 결정이 있은 후 자신들이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이 순수하게 ‘권고적 효력’만 지니므로 공권력 집행에 해당하지 않아 강제력이 없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중민주당 ‘1인 시위’ 관계자들을 이격한 데 대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1인 시위 보장 방안 마련’을 권고했으나 경찰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공고를 낸 바 있다.

경찰 측은 특정 단체와 개별 면담을 진행할 경우 ‘정치 편향’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정의기억연대 측 ‘면담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연대·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엄마부대·국민계몽운동본부 등 ‘반대 단체’들은 오는 23일부터 ‘일본군 위안부’ 동상이 설치된 서울 종로구 율곡로2길 위 대부분의 인도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동상에서 멀리 떨어진 북촌(北村) 방면 인도 위에서‘수요시위’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부근에 신고된 집회 상세.(지도=구글맵 / 편집=박순종 기자)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부근에 신고된 집회 상세.(지도=구글맵 / 편집=박순종 기자)

이에 정의기억연대 측은 넓은 범위에 걸쳐 ‘반대 단체’들이 집회 신고를 낸 것이 ‘허위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허위 신고’란 관할 경찰관서에 집회 신고를 내놓기만 하고 실제 집회를 개최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써, 이들 ‘반대 단체’는 이제껏 ‘허위 신고’를 한 사실이 없어 설령 정의기억연대가 ‘허위 신고’를 주장하며 이들 ‘반대 단체’를 대상으로 법원에 집회금지가차분을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정의기억연대 측 주장이 인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 요소에 속한다”며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0헌바67 참조).

해당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모든 국가 행위를 금지한다며 “집회의 장소에 대한 선택이 집회의 성과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집회 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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