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비공개 방침에 대해 '위헌(違憲)'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그 의미가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국회법 제54조2의제1항에 대해 '알권리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

한마디로 '알권리'를 위해 국가안보상 최고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기관의 비밀이 오고가는 정보위 회의를 이제 공개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같은 판결에 따라 국가정보기관의 비밀이 누설될 경우 국가안보상의 실질적 위해는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회 정보위원회(정보위)와 국가정보기관과의 관계를 밝히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인지 이를 진단한다.

대한민국 국가정보기관으로는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국군안보지원사령부, 경찰 보안국을 포함해 넓게는 이를 지휘하는 검찰 공안부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정책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통일부 정세분석국까지도 광의로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국회 정보위원회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기관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면서 국내 유일의 국가중앙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편집=조주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편집=조주형 기자)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은 지난 1961년 중앙정보부(中央情報部)를 원부로써 시작돼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 약칭 안기부)로 개편돼 오늘날의 국정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1993년 2월 국회법 개정안을 통한 법적 기초가 마련돼 1994년 6월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1994년 6월28일 최종 신설되기에 이른다. 이로써 국정원, 당시 안기부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됐다.

일명 의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근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통치 원리이기도 한 권력분립에 근간한 것으로 최고 통치권자에게 정보가 집중되는 것에 대해 국회가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견제의 기능을 하게 된 셈이다.

다만, 국회 정보위원회 구성상 정보기관의 특성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한계도 상존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타 상임위원회 우선 순위에서 밀려 맡게 된 위원들도 있는 상황.

그동안 국회 정보위는 국정원의 예산 운용을 비롯한 조직 관리, 활동 상황 보고를 비공개 회의를 통해 받아왔다. 정보위원들이 편성되어 있지만, 통상적으로 정보위의 여야 간사(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의견을 정리해 밝혀 왔다. 그 과정에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될 국정원의 비밀 채널(channel)이 가려지는 효과가 있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20년 5월경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北 김정은 허위 사망설 유포 사건'이다. 北 김정은의 모습이 수십일간 보이지 않자, 그의 사망설이 해외에서 터져나오면서 정보기관이 검증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정보기관의 검증 분석 과정은 단순히 과학기술정보(technical intelligence)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공개 인간정보(human intelligence)에 의해 수차례에 걸쳐 검증하는 과정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는데, 국회 정보위 회의가 공개될 경우 이같은 내용의 채널이 대중에 가감없이 누설될 가능성이 상존하게 되는 셈이다.

즉, 향후 정보기관의 채널이 무력화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없지 않다는 것.

기자는 '北 김정은 허위 사망설 유포 사태'가 있었던 당시, 국정원 전 대북조사단 단장을 역임했던 송봉선 전 고려대학교 교수를 직접 만나 '국정원 비공개 상황'에 대한 진단을 확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기자에게 "과거 김정일이 중병을 앓았을 당시, 일각에서 '칫솔'이라는 소리가 나왔는데, 그에 따라 애써 우리가 만들어 둔 북한의 첩보망들이 그곳의 반탐기관원들에 의해 잡히지 않았겠나"라고 설명했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국정원 전 고위 간부들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이제 전부 공개하게 될 경우, 그동안 목숨 걸고 첩보활동을 해왔던 우리의 첩보망이 한순간의 누설 가능성을 안고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공통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국정원의 대북 인간첩보 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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