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현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직을 박탈했다"라고 발언함에 따른 파장이 정치권을 연일 강타하는 모양새다.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측근 인사로 평가받는 인물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이같이 발언한 것.

문제의 이규민 전 민주당 의원은, 경기 안성의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의원직 상실형을 지난해 9월30일 최종 확정받았다.

그런데 해당 판결 결과에 대해 법조인 출신 여당 대선 후보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라고 말한 것이다. 정확히 이날 문제가 됐던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 이재명 : "안타까운 일은, 우리 이규민 의원이 열심히 하다가, 정말로 제가 보기에는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직을 박탈 당했는데, 그래도 우리 안성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줄 겁니다. 그렇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 명동거리에서 열린 '매타버스 안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1.23 (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 명동거리에서 열린 '매타버스 안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1.23 (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이규민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 당시 경쟁 상대였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학용 후보에 대해 "바이크를 타는데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라는 내용의 공보물을 발송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김학용 후보는 배기량 260㏄를 넘는 이륜자동차 운전자는 고속도로가 아닌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건을 냈던 것.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는 각각 시속 100~120km, 80km 이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각기 다른 도로라는 것이 불씨로 작용하면서 이규민 전 의원은 결국 허위사실 공표죄로 대법원에서 지난해 9월30일 확정됐다.

그렇다면, 그의 발언에 따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말 같지도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따르면 '허위사실 공표죄'는 다음과 같다.

▶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②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규민 의원은 2019년 2월8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이규민 의원 당시 신임 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사진=경기도 제공, 편집=펜앤드마이크)
이규민 의원은 2019년 2월8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이규민 의원 당시 신임 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사진=경기도 제공, 편집=펜앤드마이크)

이규민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고의성이 인정됐다. 국회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지난해 9월30일,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개혁이 절실하다"라는 말을 남기며 의원회관을 떠났다.

그런 그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일명 '측근 7인회' 중 한명이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19년 2월8일, 그는 경기도 산하 기관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임명장을 전달한 이는 이재명 후보다.

이규민 전 의원은 동국대학교 재학 당시시 '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문건 제작 및 배포'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은 바 있다. 그러다 특별 복권되면서 故 심규섭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한때 활동했었다.

당시 그가 몸담았던 일련의 단체는 바로 '반미구국전선'이라는 단체였는데, 이 반미강성운동권 단체는 자칭 <구국의광장><새날>이라는 불온문건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펜앤드마이크는 이미 해당 문건의 사본을 입수, 수차례에 걸쳐 전면 보도한 바 있다('與 이재명 사단' 핵심멤버 이규민, 의원직 상실 확정···과거 이력 알고 보니 '충격' 왜).

이같은 이력을 지닌 그가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지난 23일 안성을 찾은 이재명 후보는 그의 의원직 상실형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자신의 측근급 인물이 저지른 현행법 위반 행태에 대해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결정적 발언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해 '반미구국전선'의 불온문건인 '새날'과 '구국의광장' 사본 일체를 입수했다. 2021.09.30(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해 '반미구국전선'의 불온문건인 '새날'과 '구국의광장' 사본 일체를 입수했다. 2021.09.30(사진=조주형 기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최종 사안에 대해 설사 성에 차지 않더라도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재판부 권위에 "말 같지도 않다"라는 도전적 발언을 했던 일례는 없다. 오히려 "말 같지도 않다"라는 발언은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진즉 나왔어야 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바로 김명부 대법원장의 '판사 탄핵 거짓말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2월,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사표 수리 문제를 두고서 '정치적 판단'을 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련의 발언을 했는데 그게 폭로돼 사법부 권위를 뒤흔든 바 있다. 다음은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이다.

▶ (임성근 판사)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 톡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는 말이야.

▶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이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을 의석수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야권 입장에서 '말 같지도 않다'라는 기류가 있었는데, 오히려 현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측근급 인물의 의원직 상실형 확정안에 대해 대중연설에서 "말 같지도 않다"라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2018.9.1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2018.9.13(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결국 '말 같지도 않다'라는 발언의 후폭풍으로, 이규민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던 '측근 7인회(김남국·김병욱·김영진·문진석·임종성·정성호 등)'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라고 밝힌다.

그러나 문제의 "말 같지도 않다"라고 밝힌 이재명 후보는 이날 '측근 7인회'와 함께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성남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이제 어머니도, 형님도 떠나셨는데,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 달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최근 장영하 변호사가 터뜨린 '친형 故 이재선 씨에 대한 폭언 녹취록'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허위사실공표죄 최종 확정 이유 등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라고 직격한 그는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장영하 변호사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멀쩡했던 故 이재선 씨가 성남시정에 개입하려 했다는 등 새빨간 거짓말로 그를 정신질환자로 몰아세우는 만행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속하고 있다"라며 "모두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이재명 후보가 해명성 발언을 추가로 한다고 가정하다면 그의 발언의 신뢰성도 도마위에 오를 공산도 없지 않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7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강연회에서 "제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했는데(12월3일), 진짜 존경하는 줄 안다"라면서 "말에 맥락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게 진짜 문제"라고 말한 바 있어서다.

장영하 변호사가 지난 18일 공개한 '친형 이재선 씨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취록'. 2022.01.19(사진=조주형 기자)
장영하 변호사가 지난 18일 공개한 '친형 이재선 씨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취록'. 2022.01.19(사진=조주형 기자)

한편, 이재명 후보는 25일 오전부터 경기도 포천과 가평, 남양주와 하남·구리·의정부행 매타버스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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