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준 한미협회 상근부회장(전 외교부 북핵대사, 차관보)

2022년 새해에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여러 중요한 국제정치적 변화들의 전개가 예상된다. 그러한 변화들이 초래될 중요한 상황과 계기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한국 : 6월 신정부 출범 및 대외/대북정책 변경, 이에 대한 주변국/북한의 압박과 위협

- 북한 : 극도의 경제난과 체제동요, 한국 신정부 길들이기, 제재 해제 압박용 대미 도발

- 미국 : 대중국 디커플링 심화, 중국의 남중국해/대만해협 도발 저지, 11월 중간선거

- 중국 : 미국의 디커플링 대응, 대만의 독립 저지, 시진핑 3연임 결정(10월 제20차 전인대)

이에 따라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과 경제난 심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대선 이후 현상타파를 위한 북한의 다양한 대외도발이 재개될 전망이다. 둘째, 미.중 패권대결의 일환으로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이 본궤도에 오르고 그 여파로 중국의 국력성장 둔화가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셋째,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미국 진영(미.영.호주.일본 등)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그 과정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예상된다.

실망스럽게도 이러한 변화들은 한국의 안보나 국익 측면에서 볼 때 결코 긍정적 변화들은 아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명분으로 외교 및 군사안보 정책까지 친중 노선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변화들은 예상 밖의 심각한 도전으로 비화될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 3월 대통령선거를 통해 구성될 새 한국 정부가 이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공히 큰 시련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의 무력증강/경제난 지속과 대외도발 재개

북한 핵문제는 미.북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협상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협상이 재개되지 못하는 이유는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미.북한 양측간 견해차가 너무 크고 양측 공히 이를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추구하는 반면, 북한은 비핵화 의사가 없고 핵시설 일부를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를 원한다. 말하자면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북한은 제재해제 협상을 원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해제가 사전에 보장되지 않는 한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조건없는 협상’ 제의에 불응하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조치를 전면 해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러한 북한의 부분적 핵폐기 제안은 기존 핵무기 보유와 핵무기 추가생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이 폐기대상으로 제의한 영변 핵시설의 핵물질 생산능력은 기껏해야 전체의 20-30% 정도에 불과하다. 만일 미국이 이를 수용해 제재조치를 해제했다면 이는 북한의 영구 핵보유를 용인하는 첩경이 되었을 것이며 더 이상의 추가적 핵협상은 없게 되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 핵문제는 이러한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의 상황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채 동결된 상태다. 북한의 비핵화 거부 의지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만일 유엔의 대북한 제재조치에 따른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 감당할 수 없는 선에 도달하고 이로 인해 체제에 심각한 불안이 초래된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그 가능성은 매우 적다. 북한이 삼중고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핵과 미사일 전력 확충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이처럼 협상 재개 가능성도 비핵화 실현 가능성도 요원한 현실 때문에,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은 크게 퇴조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관심이 원래부터 없었던 한국 정부를 포함하여 세계의 어느 나라 정부도 이 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 북한 핵문제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국제적 무관심을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건 바로 북한이다.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북한의 경제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엔의 경제제재로 대외 무역고가 10% 이하로 추락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현재의 강경 입장을 완화해 제재해제 문제에 유연한 입장으로 임하도록 특단의 압박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간 북한은 미.북한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진영의 입지를 강화해 줄 개연성이 큰 대외 도발조치를 최대한 자제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대선이 끝나는 3월 이후에는 한국 신정부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에서나 미국에 대한 제재해제 압박 차원에서나 대남 무력시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추가 핵실험 등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다양한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기보다는 추가 제재조치를 강구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북한의 대미 압박은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그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떠할 것인가는 3월의 대통령선거가 결정해 줄 것이다. 그에 대한 한국의 신정부의 대응 방향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물론 전반적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의 미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중국 디커플링 진전과 중국의 성장 둔화

1980년대 이래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규모 대중국 투자와 외교적 지원을 토대로 초고속 성장을 계속하던 중국은 2013년 시작된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별안간 미국을 위협하는 패권도전국으로 등장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사이에 중국 경제력은 성장을 거듭해, 중국 경제가 2020년대 후반에 미국을 추월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에 놀란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급격한 정책변경을 통해 중국을 호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사이의 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미국에 동조하는 유럽 동맹국은 얼마 없었고 상당수 국가가 친중국 기조를 유지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그러했고,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유난히 높았던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대중국 견제와 압박을 다음 행정부까지 연이어서 이처럼 강경하고 집요하게 장기간 계속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가 집권하면 민주당 특유의 “대중국 협력과 경쟁 병행” 정책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고삐가 현저히 이완되리라는 견해가 국제사회에 팽배했다. 그들 대부분은 시기가 다소 지연될지라도 중국이 언젠가는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강의 경제국으로 부상하고 궁극적으로 군사력에 있어서도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으로 군림하게 될 것으로 믿었다.

중국 당국 역시 그런 낙관적 전망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고압적 외교를 구사했고, 후진국의 채무불이행을 구실로 사회간접자본을 갈취하는 일도 빈번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강경하고 고압적인 이른바 ‘전랑외교(戰狼外交)’를 구사해 왔고, 가장 대표적인 전랑외교의 전사(戰士)를 주미대사에 임명하는 만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언젠가는 중국의 국력과 위세에 굴복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중국 당국의 자기도취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의 계산은 빗나갔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은 대중국 대결의 전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했던 미.중 경제적 디커플링 정책을 계승해 실행에 옮기고 있고, 중국 정부의 반발과 미국 경제계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1단계 조치인 대중국 첨단기술 공급망 통제를 강행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건 트럼프 행정부 시대와는 달리 미국의 대중국 전선에 대부분의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 대부분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범세계적 차원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완성해 가고 있으며, 중국의 국제적 고립은 급속히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아태지역 동맹국 중 가장 친중적이었던 호주가 지난해부터 대중국 전선의 전면에 나서고 있고, 최근에는 유럽 친중 세력의 상징이었던 독일까지 대중국 포위망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에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 전체가 대중국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고, 그 전열에서 이탈한 주요국은 사실상 한국 한 나라뿐이다.

과거 미국 진영과 소련 진영이 상호 완전히 단절된 독자적 산업 및 무역 체제를 운영했던 냉전시대와는 달리 중국은 자본주의라는 숙주에 기생해 성장하는 대외의존적 경제체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연합해 경제적 디커플링을 강행할 경우, 중국 경제는 부품 공급국도 수출대상국도 모두 상실하게 되어 독자생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전략물자인 식량과 에너지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예상을 초월하는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견제로 중국 경제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가 대미 유화정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패권국 지위 찬탈을 노리는 중국의 본심이 이미 드러난 이상 미국이 현 단계에서 대중국 압박을 완화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중국이 다시는 패권 추구를 꿈도 못 꿀 만큼 경제력과 군사력이 쇠퇴할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냉전시대의 COCOM 체제와 유사한 대중국 디커플링을 확고하게 제도화함으로써 중국의 국력 성장을 원천 봉쇄하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중국 디커플링은 미국이 군사적 충돌 없이 중국의 도전을 평화적으로 저지할 구 있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명분으로 친중 정책에 안주하고 있는 한국에게도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일본의 역할 확대

외교적, 경제적 차원에서의 대중국 디커플링 추진과는 별개로 미.중 대결에 따른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도 지속적으로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이 한반도의 15배인 남중국해의 90%에 달하는 광활한 해역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동 수역을 군사적으로 불법 점유하려 함에 따라, 미국은 동 지역에서 동맹국 함대들과 더불어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을 실시해 오고 있다.

중국은 동 수역이 과거 명나라 시대부터 중국 소유였다는 논리에 근거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코앞의 바다까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내세우는 유일한 근거는 중국이 명나라 때부터 그 지역에서 물고기를 잡았다는 어이없는 주장이 고작이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명백히 패소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위협하면서 불법 점유를 확대해 가고 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미.중 패권대결이 본격화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립도 첨예화되고 있고, 미국은 동맹국 함대들과 더불어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확대해 가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아태지역 동맹국 함대 외에 영국과 프랑스의 항모전단까지 가세하는 등 미국 진영 전체와 중국 간 군사대결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아태지역 동맹국 중 이에 불참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러한 중국의 영토확장 야심은 단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남중국해 문제는 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이른바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을 설정하고 2025년까지 미국 함대를 그 선 밖으로 축출해 서태평양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와 불가분의 일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를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며, 고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측 함대 사이에 언제건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은 최근 대만해협으로까지 북상하고 있다. 중국은 본토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에 대해 군사적 응징을 위협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연합국 함대가 대만해협의 중국 함대와 대치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거 참전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은 보통국가화(재무장) 추진의 일환으로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연합해상작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대만 침공시 참전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대만사태가 일본의 본격적 재무장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과 인접한 일본령 오키나와 열도 남단의 작은 섬들에는 이에 대비해 일본 자위대의 대공, 대함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에 대해 현재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한국 외에는 반대하는 나라가 없고, 대만도 일본의 참전 방침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과거 일본은 1990년 걸프전 이래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적 역할 강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적, 법적 제약과 한국 정부의 반대 입장을 감안해 지역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극구 자제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한국 정부의 친중.반일 정책으로 일본의 안보위기감이 고조된 데 더하여, 미국도 한국의 친중국 행보에 따른 동아시아의 군사적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 강화를 강력히 추진해 온 터였다.

일본 정부로서는 안보상의 위기감 고조로 인해 재무장에 대한 자국 내 반대여론이 감소하고 더욱이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어진 관계로,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이 정리된 상황이다. 한국의 반일 정책이 역설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합리화하고 고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재무장에 따른 정치적, 군사적 위상 변화는 향후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별기고: 이용준 한미협회 상근부회장(전 외교부 북핵대사,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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