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머저리’로 간주...‘역풍’ 뒤집어쓰지 않도록 관망 중”

 

북한군 정찰총국 대좌(대령) 출신인 김국성 씨(가명, 62)는 26일 펜앤드마이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머저리’로 간주한다며, 내년 한국 대선에서 좌파의 집권을 원하지만 남북정상의 화상회담이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의 조우 등 향후 구체적인 대선 개입 행태에 대해서는 주도면밀하게 정세를 관망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에 매우 신경을 쓰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역풍’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남한의 선거판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김정은 집권 후 장성택이 처형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2014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지난 10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북한 간첩이 청와대에 근무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나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자 지난 1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북한 간첩이 유사시 ‘독가스 살포 임무’를 부여받고 청와대 냉난방 기술자로 근무하다 평양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선글라스는 쓴 모습으로 등장했던 김 씨는 이날 국내언론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약 2시간 동안 천영식 대표이사, 김용삼 대기자와 인터뷰를 했으며, 전 과정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김 씨는 이날 방송에서 북한은 한국의 대선에 매번 개입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말기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했던 이유에 대해 “(남한에서) 좌파가 연속적으로 정권을 잡는 것이 보수가 잡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선은 좀 다르다고 했다. “김정은이 문재인한테 실망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남한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하도록 북한정권이 개입하는 것은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한 상태로 적극적인 선거개입은 관망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19년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 한 것은 “아주 무서운 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아닌 이익 당사자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정은은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허울만 바꿔 쓴 (한미) 합동군사연습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을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2018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북한의 공식입장이었다.

김 씨는 “김정은이 2019년 문 대통령에 대해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 한 뒤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밀어치고 있다”며 “이는 북한식으로 말하자면 문 대통령을 ’머저리‘로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문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보는 견해를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종전선언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 또는 회상회의에 과연 김정은이 응할 것인가에 대해 “그렇게까지는 갈 것 같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에게 돌아갈 비난을 김정은이 뒤집어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북한은 내년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만약 김정은이 깊게 (개입)했다가는 ‘머저리’라는 욕을 뒤집어쓰게 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자신에 대한 미국의 평가와 한국, 심지어 북한 고위층들로부터의 평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은 현재 “무리하게 남북정상회담은 하지 말고 이 선거판을 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연말은 김정일 사망 10주년과 김정은 집권 10년째를 맞아 군부대 등에서는 “‘김정은에게 충성하고 목숨으로 보위하자’는 써클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시기”라며 “일단은 새해 신년사에 몰두하고 나서 한국정부가 말하는 것들을 관망해볼 수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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