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북한. 김일성은 북한에서 기독교를 ‘박멸’하고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 북한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러나 북한에서 비밀리에 신앙을 지키고 있는 이른바 ‘지하기독교인’은 4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5만~12만, 최대 20만 명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반인륜적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권의 가혹한 박해와 살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이 기독교 신앙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정권의 삼엄한 감시체제 아래 이들은 어떻게 신앙을 지켜가고 있을까. 이 보고서는 독재 권력과 죽음도 막을 수 없는 영혼의 존재와 자유를 향한 갈망에 대한 기록이다.

남한을 위해 기도하는 북한 지하기독교인들

 

1999년 스무 살이었던 지현아 작가는 중국에서 공안에 적발돼 강제북송됐다. 지 작가는 함경북도 청진 라남구역에 있던 집결소로 끌려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한 ‘언니’를 만났다. 당시 언니는 30대 중반 정도였고, 감옥의 한 방 수감자들을 책임지는 호실장을 했다. 언니는 자주 지 작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힘들지만 한국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나이가 어렸던 지 작가는 언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통받는 것은 그들인데 왜 잘 먹고 잘 사는 남한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

“언니, 하나님은 남조선에만 있고 북한에는 없는 것 같아...”

지 작가는 언니의 어깨에 기대 속삭였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굶어죽는 가족들과 탈북, 인신매매, 강제북송과 고문, 구타, 강제낙태...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는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남한을 위해 기도하자고?

언니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 듯 가만히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국이 있어야 우리가 있다. 한국교회가 제대로 서야 우리가 있다”고 했다.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숨기지 않았던 언니는 어느 날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지 작가는 그 후로 언니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압제받는 자에게 해방과 자유를!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종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북한당국은 종교활동을 포함한 반혁명사범을 단속하기 위해 국경지역의 통제와 상호 간 감시를 강화했다. 보위부 군인들이 사복 차림으로 위장해 종교활동에 침투하거나 심지어 꽃제비로 가장해 종교인을 색출한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식량을 구하거나 장사를 위해 국경을 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에서 선교사 또는 선교단체와 연계를 맺고 종교를 접하고 있다(2020 북한 종교자유백서).

미국의 기독교 NGO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은 지난 11월 16일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을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자로 지목했다. 단체의 제프 킹 대표는 “기독교 희생자들의 숫자, 박해 기간, 박해의 유형을 감안하면 다른 박해자들은 김정은과 견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 씨 왕조’를 중심으로 거대한 국가조직이 구축됐으며, 김정은이 ‘북한’이라는 거대한 수용소를 책임지고 있어, 그를 ‘세계 최악의 박해자’로 꼽았다고 했다. 김정은 다음으로 최악의 기독교 박해 지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이 지목됐다.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은 북한 내 종교자유 문제에 해법이 없는 것 같이 여겨지더라도 포기하는 것은 실수라고 밝혔다. 미국과 동맹들은 계속해서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북한 정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킹 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ICC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에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대북정보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됐지만 페트병에 쌀과 작은 성경책을 담아 북한에 보내는 단체가 있다. USB에 성경 전체 녹음해서 보내는 팀도 있다”며 “북한의 지하 기독교인들을 돕기 위해 대북정보유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북한주민들은 강도만난 자들이며 강도는 김일성 주체사상과 공산주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북한에서 90년도 중후반 고난의행군 시기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고 지금도 또 다른 식량위기로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잘 모르고 잘못 도우면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아니라 '강도'의 이웃이 될 수 있다”며 “탈북민들 가운데 남한에서 보낸 물품을 받아보았다는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주민들을 직접 돕는 운동을 펼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송환을 위한 구명 운동과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한 한국교회의 연합을 중요성을 지적했다. 정 대표는 “동서독 통일 전 서독의 교회는 양으로는 ‘디이코니아’라는 단일 기구를 통해 동독의 주민들과 동독교회를 지원하고 음으로는 동독을 탈출하는 주민들을 도왔다”며 “북한의 인권 개선과 북한주민들의 신앙의 자유를 위해 기도하고 연합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북한과 중국에서 이들을 구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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