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동상임위원장의 영입 과정에서 드러난 ‘혼외자 논란’ 문제는 조씨의 자진 사퇴로 일단락되는 조짐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조씨 개인의 자질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마무리되는 듯하던 조씨의 ‘혼외자’ 문제는 지난 5일 조씨 측이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라는 입장문을 밝힘으로써 더 큰 파장을 낳았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조씨가 개인적인 치욕과 자녀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레임을 전환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더욱이 지난 6일 JTBC가 ‘성폭행 가해자 증거 있다’는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조씨에 대한 비난은 폭증했다. 자녀의 동의를 얻어서 공개한다는 조씨에 대해 “10살살에 불과한 아들을 성폭행범의 아들로 만드는 건 친엄마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여론이 커졌다.

자진 사퇴한 조동연이 굳이 ‘폭탄 발언’?... 민주당의 조직적 개입 관측 나와

조동연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동연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씨가 아들의 명예를 포기하면서까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라는 프레임으로 폭주하는 데는 민주당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덮기 위해 조씨가 이용됐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진 사퇴로 마무리되는 듯하던 ‘혼외자 논란’이 ‘성폭행’으로 변질된 것은 조씨 혼자만의 아이디어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군 장교 출신의 군사·우주 전문가로 송영길 대표와 함께 선대위 ‘투톱’으로 영입된 조씨는 임명 당일부터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폐쇄적인 육사 커뮤니티에서는 조씨(육사 60기)의 이혼과 관련해 혼외자 논란이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혼외자의 양육비를 위해 전 남편(육사 59기)을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지원케 했다는 점에서 군인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혼외자 출산을 앞두고 남편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오라고 사지(死地)로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조씨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일부러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30대의 워킹맘을 선대위 3인자에 임명하려던 민주당의 시도는 뿌리깊은 ‘페미니즘’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선대위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국 민주당은 조씨의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자, 4단계에 걸쳐 국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했다. 가짜뉴스라며 논점흐리기, 감정에 호소하기, 급작스런 사퇴 그리고 성폭행 피해자 코스프레에 이르는 단계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국민들을 ‘개 돼지’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①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안민석 단장은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 엄포

조씨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민주당은 선대위 대변인 명의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해명하기보다 ‘가짜뉴스’라며 몰아세운 것이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직후 YTN 라디오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안 의원은 한술 더떠 “문제를 제기한 본인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안민석 의원은 조동연씨에 대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YTN 라디오 캡처]
안민석 의원은 조동연씨에 대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YTN 라디오 캡처]

조씨를 삼고초려했다는 송영길 대표는 “실명까지 공개하며 사생활을 파헤친 사람들을 고발하겠다”며 조씨에게 제기된 논란의 핵심을 비틀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즐겨하는 ‘가짜뉴스 생산’과 ‘논점 흐리기’를 통해, 국민들을 기만하려 했다는 것이다.

②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자 ‘사과’ 없이 감정에 호소하기

조동연씨는 지난 2일 KBS라디오에 출연, 사과 없이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 밝혔다. [사진=최경영의 최강시사 캡처]
조동연씨는 지난 2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사과 없이 10년이나 지난 일이고, 그 이후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왔다며 일방적인 주장만 폈다. [사진=최경영의 최강시사 캡처]

사생활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자 조씨는 지난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자신의 사생활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조씨는 이날 방송에서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 많은 분이 불편함을 분명 느꼈을 것이고 분노를 느꼈을텐데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면서 "처음부터 좀 기울어진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양쪽 다 상처만 남은 채로 결혼생활이 깨졌다"며 "그리고 약 10년이 지났다. 개인적으로 군이라는 굉장히 좁은 집단에서 그 이후에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저 같은 사람은 10년이 지난 이후에 또는 20, 30년이 지난 이후에 아이들에게 좀 더 당당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저 같은 사람은 그 시간을 보내고도 꿈이라고 하는 어떤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조씨의 이날 발언에 대해 육사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혼외자를 키우려고 남편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내쫓으며 돈을 더 벌어오라고 닦달한 여자가 전 남편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은 채, 국민들을 기만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비난이었다.

이러한 국면전환 과정에서 민주당은 가짜뉴스라고 거짓말을 한 데 대한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③ 조씨의 자진 사퇴에 민주당은 ‘명예살인’이라며 적반하장식 태도

하지만 조씨와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한 백혜련 민주당 국가인재위원회 총괄단장은 "국민 정서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 차원의 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부실 검증’에 대한 반성이 제기됐다. “국방부에 조회라도 한번 해봤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씨가 가진 타이틀과 겉모습에 끌려 영입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 내부의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조씨는 2일 밤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다음날 조씨는 당에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송 대표는 “조 위원장이 아침에 전화를 통해 제게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제발 자기 아이들, 가족들에 대해 공격을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입당을 여러 차례 고사한 조씨를 굳이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가 결국 당사자와 당 모두에 상처를 안기고 대선판을 저급한 공방으로 얼룩지게 만든 것이다.

조씨의 사퇴에 대해 송 대표는 “사회적 명예살인”이라며 언론을 탓했다. 이재명 후보는 “모든 것은 후보 책임”이라며 조씨를 감싸는 태도를 취했지만, 결국 조씨 혼자서 모든 멍에를 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 후보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실질적으로 조씨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④ 공식적인 사과 대신 ‘성폭행 피해자’ 프레임 만들고, ‘칭송’ 모드로 전환

자진 사퇴로 가닥을 잡은 듯하던 조씨는 갑자기 지난 5일 양태정 변호사를 통해 “2010년 8월경 제3자의 끔찍한 성폭력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며 “폐쇄적인 군 내부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 가족의 병환 등으로 인하여 외부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재점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양태정 변호사는 지난 3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법인과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가세연이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조동연씨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며 조씨 본인과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양태정 변호사는 지난 3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법인과 운영자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가세연이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조동연씨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며 조씨 본인과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양 변호사는 “자신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처음 만난 송영길 대표, 김병주 의원, 이용빈 의원에게 여성으로서 혼외자에 대한 사정을 이야기하지 못하였던 점에 대하여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씨의 입장문에 대해 ‘혼외자 문제를 성폭행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씨가 자진 사퇴함으로써, 조씨의 사생활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민주당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당의 신뢰도에 큰 타격이 불가피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비난의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과 조씨는 ‘혼외자’ 문제를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으로 물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조씨 측은 자신의 사생활 문제를 처음 제기한 강용석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여론은 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 변호사 대신 10여년 전에 조씨를 성폭행한 가해자를 고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페미니스트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조씨의 성폭행범을 찾아서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라’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조씨에 대해 ‘자기가 살겠다고 자녀를 성폭행범의 아들로 만든 사람이 엄마 맞냐?’는 비난 여론이 드높다. 심지어 아들의 명예보다, 이재명 후보를 지키는 것이 더 중하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조씨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존경한다거나 칭송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일반 국민들의 감정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고 기른 그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에서, 어떤 복잡한 상황에서 서로 상처주고 방황하고 살았던 과거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건 조동연 교수의 사생활이고 저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배우자 실장을 맡고 있는 이해식 의원은 칭송까지 했다. 그는 6일 조씨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발언에 대해 “살을 에는 아픔으로 상처를 녹여 보석을 빚어온 진주조개 같은 사람”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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