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국 간판 PD 출신인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홍보소통본부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도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입에 성공한 이 후보 측이나 민주당 측은 만면에 화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영입은 정책이나 이념은 뒷전인 채, 예능감으로 ‘국민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문 대통령의 정책적인 무능을 각종 기획과 이벤트 행사로 덮은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MBC 예능 PD 김영희가 민주당 간 이유, 이재명 정책은 모르지만 송영길의 절실함 때문
지난 2일 이 후보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주당 영입인사 및 선대위 본부장단 임명 발표식을 열고, 영입 인재인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의 합류를 축하하고 선대위 홍보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 후보는 환영사에서 "야당에서 (김 전 부사장을) 영입하려고 하다가 잘 안되니까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처럼 저거(포도) 분명 시다고 하는 것이 참 보기 안 좋다"라며 "국민에게 건강한 웃음을 많이 줬고 미래와 희망에 대한 말을 많이 했던 정말 존경하는 김영희 홍보본부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말하며 우쭐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 본부장 역시 국민의힘에서의 영입 제안을 부인하지 않으며 으쓱한 어깨를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국민의힘 쪽에서는 사실 그 전부터 제게 (영입) 제안이 있었다"라며 "저는 계속 고민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던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쪽 합류를)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사실 여기 있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역할이 정말 컸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가 휴일 밤에 김 본부장의 집 앞에서 1시간을 기다린 것이 민주당행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송 대표가 지극 정성을 들이는 것 보고 그 간절한 마음과 진심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라며 "전화로 이 후보님과 통화도 했고 결정적으로 며칠 전에 두 분과 함께 (저까지) 셋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그 자리가 제가 이쪽으로 와서 제 능력을 다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3일 YTN 방송에 출연해서도 민주당을 선택한 기준에 대해 ‘절실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쪽과 저쪽에서 저를 원하는데 어느 쪽에서 나를 더 절실하게 원할까를 생각했다”면서 “그 절실함이 제가 우쭐하거나 그런 게 아니고 그렇게 절실함이 있어야 내가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라고 판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 스스로 정치철학의 부재를 드러냈다고 평가받는 대목이다. 송 대표의 간절함에 민주당행을 택했다는 발언 자체가 ‘우쭐해서가 아니라면서도 스스로의 몸값을 매긴 장사꾼의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와 동시에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의 정치철학이나 정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후보나 당은 두 번째 판단기준”이라고 자랑질?... 그럼 무엇이 중한디
김 본부장은 다음날인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해 자신의 뜻을 설파하느라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이전부터도 정치권의 러브콜이 적지 않았음을 시인하며, 당시에는 ‘(방송) 프로그램 콘텐츠를 통해 국민과 소통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정치권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에 이쪽에서 한 번 기여를 해봐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정치를 통해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에 정치권의 요청을 수락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요청을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던 중 “근본적인 고민 때문에 시간을 좀 더 달라”는 대화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과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송 대표의 무작정 방문에 감동받아 민주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는 얘기를 2일의 임명식 발언에 이어 재차 강조했다.
진행자가 그 발언에 꼬리를 잡아 김 본부장의 정치철학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했다.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 이재명이냐 윤석열이냐는 그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인가”라고 진행자가 질문하자, 김 본부장은 “후보나 당은 사실 저에게는 두 번째 판단 기준이다”고 당당하게 발언했다. 대신 그는 “제가 가서 일을 했을 때 과연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줄 수 있는 쪽이 어느 쪽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됐다”며 “마지막에 결정을 내릴 때는, 간절함이 아마 그것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접 잘해준 민주당에서 화려한 후보 이벤트 선보이겠다
김 본부장이 내세운 간절함은 ‘송 대표처럼 1시간씩 추운 데 떨면서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자신의 능력을 높이 사고, 제대로 대접을 해주는가’가 선택의 기준이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자신이 MBC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방식을 차용할 것임을 당당하게 밝혔다. 그는 “제가 프로그램을 해왔던 것처럼 의외의 부분을 가지고 들어가야 될 것 같다”면서 “예를 들면 정해진 틀의 방문이나 이런 게 아니고 촬영을 예고하지 않는 촬영 같은 것”이라고 제시했다. ‘기습 방문, 관찰카메라’ 같은 것을 의미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만나고 나서, 저렇게 솔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왜 딱딱하고 강하게만 보였을까. 그런 면을 좀 보여주고 싶다”며 홍보 전략을 밝혔다.
이 후보의 정책이 가진 알맹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자랑처럼 강조한 것이다. 대신에 후보 포장술을 화려하게 발휘하면 된다는 입장을 당당하게 천명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무능을 화려한 이벤트와 행사로 포장한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의 그림자가 오버랩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본부장은 “진짜로 몰래 카메라를 한다든지 또는 기습 촬영을 한다든지 하면 후보의 진면목이 보여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일부러 어떤 장치를 해놓지는 않지만 어느 지역을 방문을 하거나 동선에 있을 때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몰래카메라가 진행되던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모든 연예인이 경계를 했지만, 다 성공했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자평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예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 몰래카메라가 성공했다고 해서, 이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