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북한 지하교회 리포트 4] 공산주의 유물론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것들
[특별기획-북한 지하교회 리포트 4] 공산주의 유물론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것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300만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의 역설...수십만이 북한 탈출해 복음 들어
“가족은 믿는다”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북한. 김일성은 북한에서 기독교를 ‘박멸’하고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랐다. 북한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러나 북한에서 비밀리에 신앙을 지키고 있는 이른바 ‘지하기독교인’은 40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5만~12만, 최대 20만 명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반인륜적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권의 가혹한 박해와 살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이 기독교 신앙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정권의 삼엄한 감시체제 아래 이들은 어떻게 신앙을 지켜가고 있을까. 이 보고서는 독재 권력과 죽음도 막을 수 없는 영혼의 존재와 자유를 향한 갈망에 대한 기록이다.

고난의 행군의 역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사진=RFA)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사진=RFA)

 

1990년대 말 북한은 약 300만 명이 아사하는 최악의 식량난과 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다. 이 기간 수십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중국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내 조선족 교회에서 피난처와 경제적 지원을 제공받으면서 신앙을 갖게 되고 성경도 처음 접하게 됐다. 이후 강제북송이나 자발적 재입국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계속하거나 타인에게 전도를 했다.

지현아 작가는 탈북 후 중국에서 만난 조선족 교회들이 피난처가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지 작가는 “중국 조선족 교회에는 이들이 가져다 놓은 핸드폰 크기만한 성경책과 쌀, 술, 담배, 사탕, 과자가 많았다”며 “탈북민들이 강을 건너오면 교회에서 하룻밤 동안 성경공부를 시키고, 배낭 맨 밑바닥에 성경책을 놓고 그 위에 과자 담배 술을 넣어주었다. 국경 군인들이 짐을 조사할 때 뇌물로 고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가족은 믿는다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에 따르면 북한에서 기독교인으로 드러나면 연좌제에 의해 3대가 종신형을 언도받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신앙인을 박해한다. 특히 북한 관리들은 여성들에게 스스로 신생아를 살해하도록 만드는 등 끔찍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경을 소지하는 것도 고문과 무기징역, 처형의 근거가 된다.

주민 상호 간 삼엄한 감시체제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작동하는 북한에서도, 그러나 가족 간에는 믿음이 존재한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김권능 목사는 “북한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어린시절부터 세뇌를 당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잘 믿을 수 있는 사람 즉 가족이나 친구는 신뢰를 하는 문화”라고 했다. 김 목사는 “가족 누군가가 (중국에) 가서 믿고 왔다고 하면 가족은 거부를 안 한다”고 했다. 박민우 씨(가명, 41세)도 “북한 가정은 대부분 혈연으로 연결돼 있고 가정에 누구 한 사람이 신고당하면 연좌제로 온 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하기 때문에 가족 누군가가 기독교를 믿는 신자가 됐다면 이런 사실을 숨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명희 씨(가명, 73세)는 남한에 정착한 후 전화로 북한에 남은 두 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이 씨의 딸들은 엄마가 북한에서 얼마나 철저한 무신론주의자였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하나님은 김일성이지? 그런데 엄마가 여기 와서 진짜 하나님을 만났다. 천국과 지옥이 있는데 나는 하나님을 믿기로 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어머니가 믿으면 그건 진짜다.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 나도 믿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씨는 딸들에게 절대로 “하나님”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대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다.

김미진 씨(가명, 38세)는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죽음의 땅’ 북한을 탈출 한 뒤 다시 돌아왔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기적’을 이야기하니까 가족들이 믿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김 씨는 “북한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우상이 되어 ‘어버이 수령’으로 되어 있는데 그게 가짜다. 우리가 진짜 믿어야할 하나님이 계시는데, 김 씨 일가가 우리를 속이고 하나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가족들이 좀 당황스러워 했죠. 그렇지만 고난의행군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겪었고, 불평불만이 많았던 상태라 믿겨지는 거죠”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 가보니까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농사가 천지차인데 우리나라는 진짜 저주받았다. 하나님 자리에 인간이 들어앉아 속이니까 모든 일이 안 되고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이렇게 말했더니 기족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물론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것들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 모여 있는 북한 주민들 모습(사진=RFA)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 모여 있는 북한 주민들 모습(사진=RFA)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남한행을 미루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던 김미진 씨는 2008년 가족이 아닌 친구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자칫하면 고발을 당해 가족 모두가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어느 날 김 씨는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혹시 사람이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봤어?”라고 물었다.

친구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죽으면 끝이겠지?”라고 대답했다. 김 씨가 “아니”라고 하자, 친구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김 씨는 죽음 이후에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곳이 있고, 천국에 가는 유일한 길은 예수님이라는 분을 믿는 것뿐이라고 했다. 친구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자신도 믿어보겠다고 했다. 김 씨는 그에게 영접기도를 시켰다. 주일 새벽마다 그와 함께 가족예배를 드렸다. 친구는 내세에 대해 처음 들었던 그 순간에 대해 “몽둥이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고 한다.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됐고,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북한에서 비밀리에 홀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