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파월 의장 겨냥도..."이러다 화성 정복에도 연준이 돈 풀라고 할 듯"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랜덜 퀄스 미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이 연준의 막대한 돈 풀기가 향후 연준의 정책 수립에 위험한 전례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임이 확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달리 퀄스 부의장은 임기가 끝나는 올해 말 물러난다.

2일 미국기업연구소 세미나에 참석한 퀄스 부의장은 코로나로 인한 연준의 이례적인 돈 풀기 조치들을 언급하며 "연준이 코로나 팬데믹 때 단행한 여러 조치들은 연준이 기업과 지역에 직접 돈을 공급하는 사례를 남겼다. 인내심이 없는 어떤 (정치권의)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연준을 동원할 가능성을 만들어줬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연준이 정치권 외압에 흔들려 스스로를 정책 수단으로 동원될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매달 1200억달러 어치의 국채와 주택담보증권을 사들였다. 이에 더해 기업의 회사채 및 지방채를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과도한 양적 완화에 대한 우려는 당시에도 컸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압박에 연준은 제로금리로의 금리 인하에 가속 페달을 밟았고 직접 주식까지 사들이는 방안이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공공연히 나돌았었다. 

퀄스 부의장은 "연준에 낡아가는 기반 시설을 고쳐라, 수조원의 친환경 에너지 채권을 사라는 식의 요청을 하는 자들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러다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고 싶은데 연준이 지원하라고 압박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나"라고 했다. 정치권과 이에 굴복한 파월 의장을 겨냥한 신랄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한편 퀄스 부의장은 "중앙은행들이 신속히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스태크플레이션으로 악화되는 구조적 국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 역시 "최근 몇 주간의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이 단순한 공급망 문제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며 "지난 2년 동안 시행한 막대한 돈 풀기로 수요의 수준이 어쩌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연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일 미 의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더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앞당겨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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