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초강력 경제제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러시아는 오히려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흑해 등 러시아 인근 지역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외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하기로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만약 그리 결정할 경우 즉각 실행이 가능하도록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정면 충돌의 길을 간다면, 우리는 굳은 결의로 과거에 피해왔던 큰 충격을 동반할 경제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4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차단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런 결의안이 실행된다면 러시아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차단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9만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는 나토와 우크라이나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며 침공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나토는 동부에 방위체제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이미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과 폴란드에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열고, 재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올 대가에 대해 경고할 계획이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에 대해 오히려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흑해 등 러시아 인근 지역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 나토와의 협상에서 나토의 추가적 동진(東進)을 막을 법적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대화에서 나토의 추가적 동진과 러시아 접경 지역으로의 위협 무기 배치 등을 금지하는 구체적 합의 도출을 고수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에겐 안보에 대한 법률적 보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구두 약속은 서방 국가들이 이행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나토가 통일 독일 영토를 넘어 더는 확장하지 않겠다고 한 통독 과정에서의 약속을 어기고 옛 소련권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1990년 당시 제임스 베이커 당시 미 국무장관은 통일 독일에 나토군 주둔을 허용할지를 고민하던 러시아에 "나토 관할지는 동쪽을 향해 1인치도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토는 1999년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3국을, 뒤이어 2004년에는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을 군사동맹체에 끌어들이며 확장을 계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 고르바초프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미국과 협상하면서 독일 통일 후 더 이상의 나토 동진은 없을 것이란 미국 측의 말만 믿고 그 발언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꼬집고 있다. 그는 "당시 미국 정부 인사와 나토 사무총장 등은 나토의 동쪽 국경이 당시 동독의 동쪽 국경을 넘어 더 나아가지 않을 것이란 점에 소련이 확신을 가져도 좋다는 말을 했다"면서 "이러한 발언이 문서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고르바초프의 실수"라고 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