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종전선언,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유예 및 미 부통령과 김여정 간 회담' 주장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왼쪽부터)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왼쪽부터)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정권의 대표적인 통일, 외교, 안보 국책연구기관의 수장들이 북한과 대화를 위해 종전선언 및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정부는 북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문 정권 고위관리들의 지나친 언동으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싱크탱크 윌슨센터가 주최한 미북관계 전망 포럼과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비핵화 협상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김 원장은 현재의 한미 간 전략대화의 화두를 종전선언으로 규정하고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정부의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전략관점에선 한반도에 지속해서 작동가능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이기에 중요하다”고 했다.

고 원장은 “종전선언은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며 “한미 간 종전선언 문구 협의는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를 계승하며 뭔가 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에서 상황 관리 의미도 있다”고 했다.

그는 “1992년 한중 수교 모델을 적용해 관계 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했다.

고 원장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악마화해 핵을 가질 것이냐, 생존할 것이냐라는 지금까지의 양자택일 방식이 성공할 수 없었기에 관계 정상화를 통한 대북 관여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미국은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망설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평화협정을 생각하면 종전선언은 첫걸음인데, 토를 다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선뜻 받을지도 모르는데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원장은 대북제재가 북한에 대한 ‘징벌’의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벌주는 것만 남았고 오히려 북한은 대북제재를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며 “제재완화 방향으로 가면서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무조건 해줄 순 없고 약속을 안 지키면 다시 제재하는 스냅백을 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원장은 “(종전선은은) 김정은 체면을 세워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의미이지, 그것 자체의 파급효과를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위협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사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달 국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정도 실험은 묵인할 수 있는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홍 원장은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하면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는 방안으로 내년 봄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제안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는 “연합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 반격인데 북한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북으로 (반격해)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리되면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2부 훈련을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카멜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정도의 회담이 안 되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협상을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양측의 ‘넘버2 간 협상’을 제안했다.

홍 원장은 “미국은 (북핵문제를) 우선순위 중 하나라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며 “그런 생각 자체를 안 바꾸면 절대로 북핵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기본이고 스냅백을 동원한 제재 완화를 안 하면 북핵문제 해결은 어렵다”며 “북한 체재는 정상 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대화에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하는 정도로는 북한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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