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진입한 지 약 1달만에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확진자는 이제부터 재택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진자 폭증에 따른 병상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진입 전부터 병상 부족 사태는 예고됐었다.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불쑥 위드코로나에 진입했다는 뒤늦은 비판이 제기된다.

중환자 병상 가동율 90% 육박하자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선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합동 브리핑에서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되, 입원요인이 있거나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입원치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를 마친 뒤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방역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장관. [사진=연합뉴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를 마친 뒤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방역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는 입원 요인이 없는 70대 미만의 무증상·경증 확진자 중 재택치료에 동의한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치료를 시행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입원이 필요한 대상자만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사용 가능한 병상이 점차 줄어들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6.9%다. 수도권은 서울 87.8%, 경기 85.5%, 인천 84.8%로 90%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위중증 환자 수 증가로 인해 의료체계가 과열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택치료 확산되면 돌발상황 대응능력 약화...사망사고 급증 우려

급증하는 위중증 환자로 인해 의료 체계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수립된 계획이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위드코로나 연착륙을 위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만에 하나 돌발 상황이 발생해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코로나 확진 판정 이후 자택에서 치료를 하던 중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펜앤드마이크 10월 24일자 ‘재택치료 환자 첫 사망사고는 인재(人災), 文정부의 ‘시스템 부실’ 경보’ 제하 보도 참조.

지난달 20일 오전 9시께 양성 판정 통보를 받은 60대 D씨는 재택치료를 받다가, 다음날 오전 기력이 저하되는 등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중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했다. 결국 D씨는 병원 이송 뒤인 오전 9시30분께 사망했다.

국민의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권 장관은 "위중증 환자 증가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 상승, 병상배정 대기 증가로 이어져 의료대응체계가 점차 한계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단계적 일상회복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위험요인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의료 및 방역 후속대응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재택치료자에 대한 지원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으로 알려진다. 우선 재택치료 키트(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해열제, 소독제)를 제공하며, 치료 중 증상 변화가 있을 경우 검사·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단기 외래진료센터를 설치한다.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24시간 상담과 진료가 가능한 핫라인도 구축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하에 적정 수준의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도 실시할 방침이다.

안철수 후보, “재택치료 전환은 국가 책임 회피” 비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드코로나 문제와 정책대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드코로나 문제와 정책대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너무 단편적이다.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비판했다. 안 후보는 정부의 추가접종 강화계획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단계적 일상회복 직전에 주장한 것처럼, 먼저 고위험군에 대한 추가접종을 시행한 후에 일상회복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택 치료체계로의 전환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고 감염병 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 후보는 “병상 부족 지적과 대책 마련 촉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이제 와서 병상이 부족하니 집에서 자가 치료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라며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병상이 부족하면 병상을 만들어야지, 병상이 없다고 집에서 국민이 알아서 치료하라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정부를 향해 5가지 제안을 내놓으며 ‘책임있는 정부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로나19 대응책을 수립할 것 ▶정부 정책과 대응기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 ▶행정통제 방역에서 국민 참여형 방역으로 전환할 것 ▶방역 패스 확인 의무화 업종과 연령대를 확대할 것 ▶자율적 과학방역과 개인방역 기본에 충실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안 후보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빠르나 치명률은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치명률이 밝혀지기 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기울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발생국에서의 입국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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