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로 초래된 요소수 품귀 사태에 대한 중장기 대책 마련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첫째는 요소의 국내 생산 가능성 타진이다. 둘째는 대체 촉매제 개발이다.

국내 요소 생산 설비는 2011년 이후 전무한 상황이다. 롯데정밀화학이 2011년까지는 자체 설비로 요소를 생산했으나, 가격 경쟁력 열세로 생산을 중단했다. 그 이후 요소수 생산에 필요한 요소 전량을 외국 특히,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이 업체는 기존 하루 150t가량의 요소수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요소 확보에 차질을 빚어 현재 하루 평균 5~10t가량만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이 업체는 기존 하루 150t가량의 요소수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요소 확보에 차질을 빚어 현재 하루 평균 5~10t가량만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소 국내 생산 재개의 관건은 사업성, 정부 지원 불가피

요소 국내 생산 재개의 관건은 사업성이다. 가격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면서 생산이 중단된 만큼, 생산 재개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이런 정책에 참여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요소 생산은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적인 공해 배출사업으로, 개발도상국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요소를 생산하는 데 굉장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암모니아에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면, 요소를 만들 수 있다. 전기와 연료만 있으면 된다. 다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상당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암모니아에 이산화탄소를 붙여서 화학적으로 변환을 시킨 게 요소이다.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 열과 압력이 필요하다. 그 압력을 만들기 위해서 상당한 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석탄은 전기를 만드는 연료로 쓰였을 뿐, 암모니아나 요소의 원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암모니아나 요소 생산에 관심을 보이는 선진국은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에너지 집약적인 오염 산업인 반면, 넉넉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61년 요소를 생산했다가 2011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재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파키스탄·벨라루스·베트남 등의 국가가 요소를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요소의 국내 생산이 가능하려면, 합리적인 수준의 지원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 업체들이 곧바로 생산에 나서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 “요소 공장을 다시 짓는 건 시대 역행적 발상”

업계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2011년에 문닫은 요소 공장을 다시 짓는다는 것은 시대 역행적인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경유용 차량을 움직이는 데 엄청나게 많은 요소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요소 공장을 국내에 짓는 것보다는 요소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 경유차에 필요한 요소수는 하루 소비량이 60만ℓ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매년 2억 톤이 생산되고, ㎏당 250원에 불과한 값싼 요소를 다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요소수의 비밀, 중국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가 한국에서 풀려나

따라서 요소 생산을 재개하는 것보다는 '대체 촉매제' 개발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정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불가피하게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소수를 대체할 촉매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탄소 배출량 감축이 시급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체 촉매제 개발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요소수는 유로6 규제에 따라 장착된 SCR(배기가스 저감장차치)에 사용된다. 내연기관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용도이다. 배기구에 설치된 SCR에 분사시켜 주면, 요소가 열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된 암모니아가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시켜준다.

요소수는 유로6 규제에 따라 장착된 SCR(배기가스 저감장차치)에서 내연기관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요소가 열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된 암모니아가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 [표=양준서 기자]
요소수는 유로6 규제에 따라 장착된 SCR(배기가스 저감장차치)에서 내연기관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요소가 열에 의해 분해되어 생성된 암모니아가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 [표=양준서 기자]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경유 차량에 사용되는 요소의 97%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중국산 이산화탄소가 우리나라 도로에 배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에서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암모니아에 결합시킨 이산화탄소가 우리나라에 와서 배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촉매제를 생산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유로6 규제에 따라 장착된 SCR은 탄소중립정책에 정면 배치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묵인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감축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것 못지않게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SCR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대체 촉매제의 개발’은 시급한 것으로 관측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대체 촉매제 개발을 중장기 과제로”

따라서 요소의 국내 생산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요소수를 대신할 촉매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제8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대체 촉매제 개발’ 을 중기 과제로 착실히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제8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대체 촉매제 개발’ 을 중기 과제로 착실히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제8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요소 생산 설비 확보와 함께 ‘대체 촉매제 개발’ 을 중기 과제로 착실히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대체 촉매제가 개발된다면, 유로6 규제를 뛰어넘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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