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월세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급증까지 겹치면서 조세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상위 2%에 해당하는 종부세가 대다수에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다수 세입자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6천169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월세 거래량은 아직 이달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5만4천965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1∼11월 기준으로 전체 월세 거래는 2011∼2012년 2만5천건대였다가 2013∼2014년 3만건대, 2015∼2019년 4만건대로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처음으로 5만건을 넘어서면서 종전 최다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지난달(5만4천762건)에 5만건을 돌파하며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 올해 1∼11월 월세 거래 비중은 36.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직전 1∼11월 최고치는 2016년의 34.7%였다. 특히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낮아 중산층과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금천구의 경우 올해 들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2천18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의 월세 거래량(504건) 대비 4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월세 거래가 폭증한 것은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최근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대출까지 막히면서 무주택 서민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대폭 인상한 종부세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유인이 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강남권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 부담 탓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월 임대료를 세금이 오른 만큼 최대한 높여서 받으려고 한다"며 "조세 부담 전가가 시간문제인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월세 세입자"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월세라도 받아 종부세를 내자는 생각으로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가뜩이나 임대차3법과 저금리 등으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데 점차 전세의 종말이 오고 월세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과 대출 규제, 종부세 부담 급증이 월세 거래량 폭증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며 "내년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돌아오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월세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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