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차량용 요소수 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긴급수급조정조치’에도 불구, 현장에서는 수급 불균형 문제나 부족 사태가 여전하다. 특히 ‘요소수 판매처를 거점 주유소로만 한정’한 데 대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유통망이나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요소수를 생산하는 중소 규모 업체들은 당장 주유소로만 판매 창구를 강제하는 조치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주유소와 거래를 하는 대신 개인과 기업 고객에게 요소수를 납품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주유소와의 거래를 트는 것이 힘들다. 그 때문에 이들 업체가 보유한 물량이 시중에 공급되지 않아, 유통이 더욱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주유소에서만 차량용 요소수를 팔도록 강제한 후,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주유소에서만 차량용 요소수를 팔도록 강제한 후,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는 요소수 사태 해결된다고 큰 소리 치는데 ‘수급불안’은 여전해

판매자와 제조업자들 못지않게, 소비자와 주유소도 마찬가지로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태 파악에서부터 사태 해결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지난 11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요소수 수급과 관련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 6호에 따른 '요소수 긴급 수급조정조치'를 의결했다. 이로써 정부가 요소수 생산 판매 업자 등에게 생산, 공급, 출고 명령을 할 수 있고 판매 방식도 정할 수 있게 됐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11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한시 적용된다.

지난 14일에는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7차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를 열고, 요소수 200만ℓ를 15일까지 시중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물류대란을 우려해 매점매석 등에 대한 단속 등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기재부 주재로 매일 범부처 대응 회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생산업체는 현장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차량용 요소 700t으로 200만ℓ의 요소수를 생산 중이다. 이중 15일까지 180만ℓ의 요소수를 100개 거점 주유소에 공급하고, 생산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공급 주유소를 확대하기로 했다.

나머지 20만ℓ는 버스, 특수여객, 교통약자 지원 차량 등 공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광역지자체별 19개 차고지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요소수가 배치되면서 연말 대중교통 대란 우려는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회의와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요소수 부족’과 ‘수급 불안’에 대한 아우성이 높은 상황이다.

① 판매자와 제조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 거점 주유소 100곳에만 공급하라고?

요소수 시장은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대략 절반 비중으로 나눠 점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생산한 물량을 대형 중간 판매상에 넘기면 이 중간 판매상이 곧바로 주유소나 운수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납품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나머지 중소규모 업체들은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망을 거쳐 시중에 판매한다.

그러나 ‘거점 주유소 100군데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는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로 인해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기존 유통망에 주유소가 없으면 판로를 새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경기도 안성시 안성휴게소에 있는 거점 주유소에서 14일 한 시민이 차량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약 180만ℓ가 전국 거점 주유소 100곳에 순차적으로 공급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안성시 안성휴게소에 있는 거점 주유소에서 14일 한 시민이 차량에 요소수를 넣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약 180만ℓ가 전국 거점 주유소 100곳에 순차적으로 공급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 요소수 생산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요소수를 납품해왔는데 갑자기 주유소와 새로 거래를 트라는 얘기"라며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는 물량이 있어도 판로가 막혀 유통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예외적으로 '건설 현장 등 특정 수요자'에게도 요소수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지만 ‘특정 수요자’에 대한 규정이 분명하지 않아, 중소 업체들이 기존 거래처가 특정 수요자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황인목 교통환경과장은 "기존에 주유소에 요소수를 유통하지 않던 업체 대부분은 건설 현장이나 차고지 등에 직접 요소수를 공급하던 업체로 파악하고 있다"며 "소규모 트럭이나 중장비 운영업체에 직접 공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② 화물차 운전 기사들의 고충과 불만도 넘쳐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차량용 요소수 ‘사재기’를 막기 위해서다. 거점 주유소를 통해 승용차는 한 대당 한 번에 최대 10ℓ, 화물차는 30ℓ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거점 주유소에서만 요소수가 판매되면서 요소수를 구할 경로가 더 좁아졌다. 개인 화물차 운전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주유를 일정액 이상 하지 않으면 요소수를 살 수 없다”거나 “일부 주유소는 단골에게만 공급한다”는 등 일부 주유소들이 요소수 판매를 내세워 '갑질'을 하는 사례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가 주 고객인 한 주유소는 자체 운영하는 주차장을 사용하는 조건을 내세워 요소수를 판매하고 있어, 신고센터에 불만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중장비 운전자의 경우는 거점 주유소까지 중장비로 이동하기가 어려워, 요소수통을 들고 갔다가 판매를 거절당하기도 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경유 차량에 요소수를 보충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경유 차량에 요소수를 보충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③ 거점 주유소 100곳도 일대 혼란 겪는 중

요소수 판매처로 지정된 주유소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작 요소수 물량이 없는 경우도 많고, 일부가 들어와도 금방 동나기 때문이다. 한 주유소 업체 관계자는 "요소수 생산 공장은 직접 물건을 주지 않기 때문에 도매상만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면한 요소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망에 대한 긴급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국 주유소 100곳에 요소수 180만ℓ 규모를 공급하기로 지난 주말에는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공급처 명단에 오른 거점 지역 주유소에는 하루 종일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물량이 조기 품절되면서 발길을 돌리는 운전자들도 속출했다.

정부가 요소수 사태의 여파를 최소하하기 위해 판매처를 주유소로 일원화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했지만, 생계를 위해 요소수 찾기에 나선 화물차 운전자들의 애타는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마스크 대란 때처럼 정부가 ‘요소수 재고 관리 앱’을 구축해, 수요자가 구매처를 쉽게 파악하도록 관리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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