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제공

법인 설립지로 인기가 높은 미국 델라웨어주(州)는 기업 규제를 최소화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하는 반면, 우리나라 회사법은 여전히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1일 미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우리나라의 회사법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미 델라웨어주는 기업 친화적인 환경과 회사법을 갖추고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포춘 500대 글로벌 기업 중 67.8%(339개사), 2019년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147개사 중 88.4%(130개사)가 이곳에 법인을 두고 있다.

전경련은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우리나라 회사법의 차이점으로 먼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를 꼽았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기업의 이사회 구성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라웨어주는 이사회 구성시 이사를 1명 이상만 두면 되고 감사위원회 관련 규정도 없지만, 우리나라는 이사를 3명 이상 둬야 하고 감사를 두지 않는 경우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회 이사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하고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출해야 하지만, 델라웨어주는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은 사외이사의 결격 사유를 상법과 상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지만, 델라웨어주는 이사회 구성을 전적으로 기업에 맡기는 구조다.

전경련은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이사가 내린 경영상의 판단에 대해 사후 책임을 묻거나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델라웨어주는 오히려 이사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당한 사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면 경영상 문제에 대한 책임을 포괄적으로 면제해 주는 규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이사가 경영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델라웨어주는 이사가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경영판단원칙'을 존중해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적용한 판결이 2015년까지 37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다중대표소송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았다. 델라웨어주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독립된 회사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지분 50%를 초과하는 모자회사에 대해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제도실장은 "한국의 상법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에 불과했던 1962년에 제정된 탓에 변화한 기업의 경영 활동에 맞지 않는 조항이 많다"며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 성장을 통해 주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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