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차량에 장착된 SCR(질소산화물 제거장치)에 필수품인 ‘요소수’ 품귀 대란과 가격 폭등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는 요소에 대해, 중국이 수출을 금지하면서 불똥이 튄 것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무역분쟁 중인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조치를 내린 데 따른 ‘나비효과’의 일종이다.

올림픽 앞두고 ‘맑은 하늘’이 중요한 시진핑, 경제 파트너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맑은 하늘’을 서방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자국의 석탄발전소 가동이 급감해 전기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석탄을 원료로 삼는 요소 생산공장도 직격탄을 맞았는데, 중국 당국은 해결책을 찾는 대신에 요소 수출금지 조치를 내려버린 것이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과 비전만을 고려해 한국 등 경제 파트너 국가들의 속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시진핑의 ‘막가파식 자원외교’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또 다시 ‘뒷북 대응’으로 물류대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경기 시흥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근 중국이 전력난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가 필수품인 화물차 운행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계속되면, 연말에는 화물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경기 시흥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근 중국이 전력난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가 필수품인 화물차 운행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계속되면, 연말에는 화물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요소수 가격 10배로 폭등...정부는 2일 대책회의 가졌으나 속수무책

최근 국내 요소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0리터(ℓ)에 1만원 안팎에 판매되던 요소수는 최근 10~12만원까지 거의 10배나 가격이 올랐다. 그 결과 사재기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요소수 품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요소수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지난 2일 정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수요기업별 요청 물량의 수출검사 진행 상황 등 상세 현황을 파악하고 중국 측에 신속한 검사 진행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또 중국의 수출 의무화 조치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 등 다른 국가로부터 요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업계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 중 독성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줄여주는 액체로, 요소(32.5%)를 물(67.5%)에 희석해서 만드는 물질이다. 이 물질 자체는 색깔이 없고 독성도 없다. 경유 차량이 주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열에 의해 요소수가 암모니아로 바뀌어 질소산화물과 화학반응을 한다. 이때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이 환경에 무해한 물과 질소로 바뀐다.

SCR 장착된 경유 차량 400만대 중 절반이 화물차량...대규모 운행 중단 위험 커져

2015년 유럽연합(EU)이 경유차 배기가스를 규제하기 위해 유로6를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출시된 경유 차량에는 의무적으로 요소수를 넣는 배출가스 저감장치(SCR)가 달려 있다. 경유를 넣는 일반 자가용뿐만 아니라 버스 같은 대중교통, 트럭 등 화물차와 지게차, 포크레인, 레미콘, 소방차 등에 장착이 의무화 되어 있다.

이런 차량에는 연료를 넣는 주유구 옆에 요소수를 넣는 주입장치(Adblue 주입구)가 달려 있다. 연료와 마찬가지로, 요소수도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보충해줘야 한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계기판에 경고등이 뜨며, 요소수가 소진되면 차량 엔진의 시동이 꺼지고 더 이상 주행하지 못한다.

만약 요소수를 제때 넣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65%까지 떨어지는 등 주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염물질 발생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경유 차량은 약 1000만대이고, SCR이 장착된 차량은 약 400만대, 그 중에서 약 200만대의 화물차에 SCR이 장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 승용차는 요소수 품귀 대란과 크게 관계가 없다. 10L의 요소수로 1만㎞ 이상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트럭이다. 10L의 요소수를 넣으면 300~400㎞밖에 주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1~3일마다 채워 넣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1t 소형 트럭은 한 달에 한두 번 요소수를 채워넣어야 한다.

요소수 수입 물량의 97%를 중국산이 차지...환경오염 및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국내생산은 전무

경유 차량의 필수품인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이 빚어진 이유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지난 1~9월 요소 수입 물량의 97%를 중국에 의존해왔던 국내 요소수 시장이 마비된 것이다.

중국은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석탄 발전이 감소해 전력난이 이어지면서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자국 수요를 우선 충족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산이 물류 비용이 가장 적게 들기 때문에, 중국산 요소를 수입해 증류수를 섞어 요소수를 만들던 국내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요소수 사태를 통해 중국 정부는 자국이 갖고 있는 ‘원자재 패권’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 이번 요소수 사태의 심각성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요소수만이 아니라,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원자재 공급망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직접 요소를 생산할 능력을 키울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정도까지 요소를 생산하는 시설이 있었으나,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대부분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요소는 주로 석탄에서 추출하는 만큼, 환경 오염의 문제가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본지와 통화, “정부는 당장 수입 다변화 나서야”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3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수입을 다변화해서 물량을 빨리 확보하고, 재고를 늘려야 한다”면서 “요소뿐만 아니라, 한 국가에 집중되어 있는 원자재에 대해서는 수입 물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요소 생산이 중단된 지 1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국내 생산은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처럼 전략물자화될 경우에는 국내 생산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지속되면, 연말에는 화물차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물류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분이 달라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산업용 요소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태여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유사 탱크로리 차량 등 200만대 이상의 경유 차량에는 요소수가 필수적이다. 10L의 요소수로 400km정도 주행 가능해, 1~3일 마다 한번씩 요소수를 채워넣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유사 탱크로리 차량 등 200만대 이상의 경유 차량에는 요소수가 필수적이다. 10L의 요소수로 400km정도 주행 가능해, 1~3일 마다 한번씩 요소수를 채워넣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동안 비현실적 방안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돼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료용 요소로 요소수를 만드는 방법 등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영세한 요소수 생산 업체들은 비료용 요소를 공정에 넣어 요소수 제작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 업계 관계자는 "비료용 요소를 기존 공정에 넣었을 때도 제품 생산이 가능한지, 공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끼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료용 요소를 자동차용으로 활용할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필수 교수는 "SCR은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며 "여기에 비료용으로 만든 요소를 활용한 요소수를 넣을 경우에는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농업 비료용 요소는 발암물질인 알데히드 농도가 약 2000PPM으로, 차량용 요소수(5PPM)의 400배 수준이다. 따라서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는 동안에 비현실적인 해결책들이 온라인상에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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