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를 방문해 운영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를 방문해 운영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달로 예정된 ‘위드코로나’의 상징적인 조치로 ‘재택치료’ 확대를 공식화했지만,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위드코로나’로 가는 길이 험로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재택치료 중이던 확진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처음 발생하면서, 재택치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환자 A(68)씨가 지난 21일 오전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끝내 숨졌다. A씨는 사망 전날인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무증상이었고 기저질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보건소가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권했으나, 환자가 재택치료를 원했다"고 밝혔다. 재택치료가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는 해명인 셈이다.

응급병원의 늑장 대응, 재택치료 선택한 A씨의 정보공유 원칙 안 지켜져

사망 당일 A씨의 부인은 남편의 의식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다며 오전 6시 51분 119에 신고했으나 서대문소방서의 일반 구급차가 오전 7시 5분 도착했다. 이어 종로소방서의 코로나19 전담 구급차가 오전 7시 30분 현장에 왔다. 그 사이 A씨의 심정지 발생으로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를 하면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A씨는 병원 도착 후 오전 9시 30분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확진자의 재택치료가 결정되면,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갈 수 있는 병원이 지정돼 연락처가 함께 안내된다. 그러나 A씨의 사례에서는 관계 기관 사이에 재택치료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이송 병원을 새로 배정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일반 구급차 도착 이후 코로나19 전담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는 25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시간 동안 코로나19 전담 구급차는 내부를 특수필름으로 감싸느라(래핑) 20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음압 장비를 갖춘 코로나19 전담 구급차에는 감염 방지를 위해 래핑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신고 당시 전담 구급차에 이 조치가 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확진자 정보 공유와 전담 구급차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백신접종 안한 고령환자 A씨 재택치료 허용한 보건당국 조치는 합당했나?

의료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고령의 환자(A씨의 경우 68세)를 ‘본인이 원한다는 이유’로 재택치료를 하는 것이 합당한 조치였냐는 비판이다. 현재 재택치료 대상자를 분류할 때 70세 이상에게만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게 돼 있어, 보건당국의 조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70세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재택 치료자 선정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시스템 미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재택치료를 하던 환자나 보호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사전에 안내된 전담병원이 아닌 119에 신고해도 환자 상태를 신속하게 확인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택치료자에게는 응급 상황이 샐길 때 갈 병원이 지정된다. 하지만 응급 상황에 맞닥뜨리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119에 신고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재택치료 환자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했을 때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 점검이 필수적이다.

최근 새로 도입된 음압특수구급차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새로 도입된 음압특수구급차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준비상황은 부족한데 위드코로나 속도만 내는 文정부

이처럼 준비 상황은 아직 불안한데, 정부의 위드코로나는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열린 제2차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에서 11월 초 식당·카페 같은 생업시설의 운영시간 제한 해제를 검토했다. 유흥시설 같은 일부 고위험 시설은 접종증명서나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시하는 '백신패스'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일상회복 지원위원회는 오는 27일 3차 회의를 열어, 방역의료,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등 4개 분과의 일상회복 과제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29일 일상회복 계획을 최종 결정한 뒤 대국민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진다.

재택치료는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자택에 머물면서 자가 치료를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 한해 시설 입소 또는 별도의 의료 조치가 시행된다. 현재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시설격리, 재택치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설격리’에서 ‘재택치료’로 패러다임 전환에 박차

정부는 그간 확진자에 대해 '시설격리'를 원칙으로 삼았다. 따라서 재택치료의 대상은 돌봄이 필요한 미성년자 또는 미성년 자녀를 둔 보호자 등으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주요 방역지표가 일일 확진자 수에서 치명률 등으로 변경되는 만큼, 무증상·경증 환자를 재택치료로 대폭 전환하고 중환자 병상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에 따라 70세 미만의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도 재택치료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생활치료센터’ 위주의 진료 시스템에서 ‘재택치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상회복 전환을 위한 재택치료 준비도 강화될 예정이다. 29일까지 지자체별로 재택치료 대상자 분류, 건강 관리와 이탈 여부 확인, 비상시 이송 체계 등 재택치료 전 과정을 점검한다. 현재 전국 93곳인 재택치료 담당 병원도 160여 곳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재택치료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재택치료가 사실상의 '격리'조치일 뿐, 위드코로나 대책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사실상 경증 환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재택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대신 양측 모두 재택치료의 기준과 절차에 대해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전문가들, “환자 본인과 가족의 ‘접종완료’가 재택치료의 전제조건 돼야”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재택치료의 핵심은 ‘접종완료’라고 지적한다. 확진자가 재택치료를 희망할 경우, ‘동거 가족에 대한 조치’가 접종완료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택치료자 중 무증상자는 확진 10일 후에 격리에서 해제되고,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증상 발현 10일 후에 해제된다. 이때 재택치료자의 동거 가족이 ‘접종완료’인 경우에는 동시에 격리에서 해제되지만, 미접종자이거나 1차만 접종한 불완전 접종자는 ‘재택치료자 격리 해제일로부터 14일간 추가격리’되기 때문이다. 총 24일 동안 발목이 묶이는 셈이다. 따라서 동거 가족이 있으면 재택 치료에 대해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우려가 제기된다.

재택치료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런 '심리적 거부감' 해소와 함께,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방역 업무 효율화’가 시급한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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