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남욱-유동규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뒷북 압수수색 논란과 피의자 휴대전화 확보 실패, 구속영장 기각, 배임 혐의 누락 등으로 연일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수사팀 내분설까지 더해지며 검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태도가 검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극명하게 엇갈려 결과가 정해진 수사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4인방'을 대질조사했다. 

그러나 '4인 대질'을 두고 이를 지시한 지휘부와 수사팀 검사들 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검사들은 계좌추적 등 물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4인 대질을 하면 피의자들에게 수사팀의 패만 노출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지휘부가 이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4명 대질을 하면 피의자들뿐 아니라 변호인들도 상대방의 스탠스를 다 확인하게 되어 수사팀이 가진 최종 카드를 모두 오픈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말해 지휘부가 수사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전담수사팀 팀장인 김태훈 4차장검사가 기획업무 경험은 많지만 특수수사 경험은 적다는 점도 지휘부 역량 부족에 대한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의 4인방 대질조사 방식을 놓고 마치 중앙지검 지휘부와 검사들간에 내분이 일어났다는 취지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몇몇 핵심 인물들의 태도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수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5일 공항에서 체포된 그는 석방 후 첫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굳은 표정으로 답변을 피했던 남욱 변호사는 21일 조사가 끝나고 나오면서는 취재진들에게 "한마디 했다가 검사님한테 엄청 혼났다. 농담이다", "나중에 커피 한잔 사드리겠다"며 웃어 보이기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남 변호사는 2013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 씨, 정 회계사 등과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200만원을 전달했는데, 공소시효가 10년인 뇌물수수와 달리 해당 혐의(뇌물공여)는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자백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나아가 뇌물 액수 3억5200만원도 검찰이 당초 8억원에서 크게 줄인 금액이다. 

남 변호사와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했던 정영학 회계사도 전날 대질조사에서 김씨 등을 마치 수사관처럼 몰아붙였다고 전해진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 김씨, 유 전 본부장 등과 대화한 여러 건의 녹취 파일을 제출했는데, 검찰은 이 녹취록에 나오는 각종 로비·특혜 배당 설계 정황을 토대로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추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어지면서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측은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김씨는 녹취 파일에 담긴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정 회계사가 녹음하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허위사실을 섞어 발언했다는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자신들이 보유한 증거를 제출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대신 처벌 수위를 조절하는 일종의 '딜'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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