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심원들 전원이 무죄 평결..."국민참여재판으로 간 게 신의 한 수"
“조국 패소가 아닌 검찰 패소”

 

펜앤드마이크의 한 기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재판의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를 22일 오후 인터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마치 조국의 변호인 같았다며 강변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오권철)는 20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펜앤드마이크 기자 박(32)씨에게 배심원 7명의 평의 결과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기자는 이날 오전11시부터 열린 공판 시작과 다음날 새벽 1시20분에 내려진 선고까지 재판을 방청석에서 함께 했다. 이 재판에서 김소연 변호사는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친 기색 없이 열변을 토했다.

긴 재판 과정과 당연하지만 놀라운 결과에 김 변호사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김소연 변호사(사진=김소연)
김소연 변호사(사진=김소연)

 

-가장 기억에 남을 재판이라 하셨는데, 이번 재판 준비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통상 국민참여재판은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들 2~3명이 팀으로 진행하는데 혼자 준비를 다 하니 힘들었다. 다행히 피고인이 젊은 기자님이셔서 PPT 만드는 것이나 각종 자료 찾는 것을 함께 했다.

 

-무죄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나?

자신 있었다. 애초에 박기자가 허위사실을 보도한 사실 자체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들에 대해 법원과 검찰은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라며 관대한 처분을 했다. 배심원들에게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들 현명한 판단해주실 거라 믿었다.

 

-이번 판결 모르시는 분들 위해 이번 소송의 쟁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번 재판은 박기자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누리꾼들의 논란 자체를 보도한 것으로 인하여 조국 전 장관의 명예가 훼손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국민배심원들이 판단을 하셔야 했다. 구체적으로는 ①박기자의 보도내용이 허위인지 여부 ②박기자가 허위를 인식했는지 여부 ③박기자의 보도로 암시되는 사실이 공인인 조국 전 장관의 외부적 가치를 떨어뜨렸는지 여부 ④박기자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등이었다.

 

-조국은 내로남불 위선의 대명사로 불린다. 조국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나? 실제 그대로 나왔는지

박기자도 그렇고 많은 분들은 조국 전 장관이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조국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박기자의 변호인인 내가 기자들에게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국민 상식과 법 감정 다시금 확인하겠습니다”고 법조기자님들께 취재요청까지 보냈다. 이것은 조국 전 장관의 출석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조국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의 형사법 교수다. 형사소송법 312조에서 피고인이 고소장이나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부동의 했을 때 원 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야 증거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 장짜리 무성의한 고소장만 던져 놓고 나머지는 조국의 변호인과도 같았던 검찰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면 이에 대해 국민배심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해드리려고 했다.

일반국민의 경우 이렇게 불출석해도 검찰이 알아서 잘 정리해주는지에 대해 배심원들에게 잘 설명할 생각이었다. 아마도 조국은 이런 점을 의식했을 것이고 검사들은 조국에게 제발 출석만 해달라고 요청을 했을 것이다.

내 예상대로 이렇게 출석을 했고 내 예상대로 세상 피해자인 양 억울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피해를 입었음을 주장하고 갔다.

 

-이번 재판이 조국의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이번 새 판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나 의미를 설명해달라

이번 정권 들어와 특수한 현상이 있다면 바로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자들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고소를 하거나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국은 작년 여름 언론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듯 “하나하나 따박따박”을 소송전을 펼 것을 선언했고 요즘은 재판 출석이 직업인 것처럼 정말 여러 소송들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배심원들의 이번 무죄 판결은 대한민국 법상식이 어디 있는 지와 법치주의가 진정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조국이 앞으로 진행하게 될 언론인에 대한 많은 소송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조국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번 재판이후 별다른 말이 없던데. 조국은 지금 어떤 상황일거라 생각하나

조국은 알게 모르게 검찰에 대한 압력을 넣거나 재판부에 대한 보복을 할까 싶어 걱정은 된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이기 때문에 조국이 화풀이할 대상은 대한민국 검찰도 법원도 아닌 ‘국민’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간 게 신의 한수라고 보는데 어떻게 국민참여재판으로 가게 됐나

원래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사건은 단독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원하는 경우 재정합의부로 사건을 보내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재판부에 요청을 하여 배심원들로부터 판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게 되면 당연히 무죄의 판결을 선고해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재판부를 압박하거나 판결 이후 신상을 돌리고 괴롭힐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다.

그래서 재판부로서는 국민배심원들의 평의에 맡기는 게 여러 부담이 덜할 것 같았다. 또 나는 국민배심원들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으로 가자고 한 것이다.

 

-배심원단이 전원 피고인 무죄 평결을 했던데 실제 배심원단 분위기가 어땠나

배심원단 전원이 처음부터 무죄 의견을 냈는지는 모르겠다.

국민배심원들 8분(예비배심원 1인 포함)에게 최선을 다해 사건을 설명하고 법리와 판례를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배심원들께서 12시간 넘게 이어진 공판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으시고 끝까지 경청해 주셨기 때문에 결과도 좋으리라 예상했다. 처음에 전원이 무죄 평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2시간 넘는 토론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장일치제가 원칙인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에 맞게 결국 피고인에게 무죄의 평결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12시간 넘게 하루 종일 재판했는데 이런 경우도 있나?

국민참여재판은 다음날 새벽까지 재판하고 아침에야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도 있다.

배심원들이 다시 집에 갔다가 재판에 돌아올 경우에는 사건에 대하여 외부의 정보나 예단이 주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다음날까지 사건을 마무리한다.

 

-재판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면

내가 써둔 글로 대체하겠다.

 

(아래는 김소연 변호사 페이스북 글 전문)

<대한민국 검찰의 패소>

"조국이 패소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이 패소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검찰의 현 주소를 우리 국민배심원들께서 잘 드러내는 판단을 해주신 것이라 봅니다.

이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어제 저는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사건 준비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향했습니다.

9시반부터 진행된 배심원선정기일에서 저는 특정 정치지향성을 갖는 것으로 보이는 배심원들을 죄송하지만 무이유부 기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 자체가 정치적이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선정된 예비배심원들 포함 8분의 배심원들과 아마도 검사 시보들인 듯한데 총 4분의 검사들과 함께 형사 제13부에서 공판기일이 시작됐습니다.

검찰측과 변호인 측의 증거조사 절차가 끝난 늦은 오후, 조국과 맥심코리아 대표님이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였고, 피고인신문과 최종절차를 마치니 밤 10시였습니다.

최종절차에서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이 처한 현실, 그리고 이 정권 들어 대한민국 검찰이 사건마다 다르게 처분한 케이스, 이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 판단까지, 국민배심원 여러분들께 낱낱이 고하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조국 본인의 못된 sns 습성으로 인한 헤프닝에, 누리꾼들이 진실찾기에 나섰고, 이와 같은 일이 화제가 됐다는 현상을 그대로 보도한 기자를 기어이 피고인 석에 앉힌 검찰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이런 것을 조국이 고소한다고 조국의 변호인이 되어 한 장짜리 고소장에 끼워맞추듯 증거를 찾아 기록에 편철시켜주는 마치 조국의 변호인 같던 검찰.

이 과정을 수사과정부터 지켜본 피고인의 변호인인 저는,

이번 배심원들 평의로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조국이 패소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이 패소한 것이고,

대한민국 검찰의 현 주소를 드러내는 것이라 봅니다.

말도 안 되는 "검찰개혁" 구호에, 소신있게 국민의 공복으로 일해온 검사들이 대부분이지만,

끝내 권력에 굴복하고 정말 "검찰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제는 국민들로부터 수술 당해야하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검찰의 민낯을,

우리 국민배심원 여러분들께서 아주 호되게 꾸짖은 사건이라 봅니다.

이 사건 공판검사들은 공소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지만, 이 사건을 수사하고 무리하게 기소한 검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저는 실제 수사과정에서 해당 검사에게 조국의 변호인이냐는 취지로 피신조서에 변호인 의견을 남겨달라 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자 홀로 12시간 넘게 변론한 저의 포효를 듣고 저의 손을 들어주신 배심원들께서는, 다행히 우리 국민들의 법감정과 법상식이 어디쯤 있는지 확인시켜주셨습니다.

참으로 힘들었지만 성과가 큰 국민참여재판의 피고인인 청년 기자의 유일한 변호인으로서 참 다행이고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신동준 인턴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