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명 - 윤석열 - 홍준표.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자료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 윤석열 - 홍준표.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 3월 대선의 지지율 판세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야권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우세를 보이는 구도가 유지돼왔다. 이는 정권재창출보다 정권교체 여론이 우위를 보이는 것과 모순된 지지율 추이였다.

다수 국민이 정권교체 원하지만 이재명이 우위인 ‘모순현상’ 해소 조짐 보여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다수라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등과 같은 야당 대선주자들이 이재명 후보보다 지지율 면에서 앞서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우위’ 현상을 두고 이 후보를 찍으면 정권교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분석이 득세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응징하고 소위 친문세력을 밀어낼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으로 이재명 후보가 지목되고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4강이 결정되는 등 정치환경이 변하는 것과 맞물려, 야당 후보들이 이 후보에 대해 우위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빈번해지고 있다.

친여 성향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야권 후보 누가 나와도 대선에서 유리”

심지어는 친여 성향의 여론조사 전문가가 “현 상황에서는 야 후보 누가 나와도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예측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지난 19일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대선 판세를 이같이 분석했다.

이택수 대표는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4명 중 누가 되더라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박빙 승부지만, 홍 의원이 거의 따라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 일주일 사이에도 여론은 많이 바뀌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선 국민의힘에 유리한 구도"라고 진단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19일 TBS 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19일 TBS 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 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단골 출연하는 친여 성향의 여론조사 전문가이다.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이 있던 날에도 뉴스공장에 출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그날 방송에서 “여론조사 양자구도, 4자 가상대결 여야 후보 간 오차범위 내 박빙”이라며 “만약에 컨벤션 효과가 있었다면 오차범위를 넘는 수준으로 앞섰을 텐데, 이재명 캠프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지난 15~16일 실시한 데일리안 조사에서 이재명은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에게 모두 열세

실제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5~16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홍준표, 윤석열 후보뿐만 아니라 원희룡 후보에게도 열세를 보였다. 이재명-원희룡 양자대결 결과 원희룡 후보는 39.9%, 이재명 후보는 38.8%의 지지율을 얻었다. 1.1%포인트 격차에 불과하지만, 이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원 후보에게도 열세를 보인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49.6%로 이 후보(35.5%)에, 윤석열 후보는 48.9%의 지지율로 이 후보(36.1%)에 각각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나타냈다. 유승민 후보만이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열세를 보였다. 이 후보 37.9%, 유 후보 34.2%로 3.7%P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 하락 추세는 야당 후보 득표율 상승으로 연결돼

이날 이 대표는 '정권심판론' 등 구도 중심의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부정 평가와 여야 득표율의 상관성을 분석하며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나는 부분에서 여당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20%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경우,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4·7 재보궐선거 당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는 긍정이 34.4%, 부정이 62.9%였는데, 이 수치가 서울·부산시장 여야 득표율과 매우 유사했다고 이 대표는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재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60%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 "특히 긍정 평가는 '보통'에 가까운 약한 긍정인 반면, 부정 평가는 대부분 '매우 못한다'는 강한 부정이 많아 투표 참여에도 적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청년 세대가 여론조사에선 부동층으로 조사되지만 실제로는 야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전화 면접 조사에선 20대의 30% 이상이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모른다'고 응답했는데, ARS 자동 응답 조사에선 이런 응답률이 10% 미만이었다"며 "ARS 조사에선 야권 후보가 유리한 추세"라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제3지대 후보 구도도 ‘국민의힘에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완주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3~4% 지지율이 분산돼 이 지사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범야권 출마 가능성이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3~4% 지지율을 점유하지만 국민의힘과 함께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21일 나온 전국지표조사...이재명이 오차범위 내에서 윤석열과 홍준표 앞서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국감 기간 동안 진행된 두 건의 여론조사 결과는 혼전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이 후보를 큰폭으로 앞지른다는 알앤서치 조사와 이 후보가 윤 전 총장을 오차 내 소폭 앞선다는 전국지표조사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이다.

21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지난 18~20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10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95% 신뢰수준 ±3.1%포인트) 대선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오차범위 안에서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35%의 지지율로 윤 전 총장(34%)과 오차범위(±3.1%p) 내 접전을 벌였다. 안철수 대표는 7%, 심상정 후보는 6%였다.

국민의힘 후보로 홍준표 의원이 나올 경우를 가정한 4자대결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35%로 홍 의원(32%)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안철수 대표가 8%로 뒤를 이었고, 심상정 후보는 6%를 기록했다.

전국지표조사와 다른 21일 매경-MBN 조사...윤석열은 이재명을 크게 앞서고, 홍준표는 이재명과 접전

같은 날 발표된 매경-MBN·알앤서치 조사의 결과는 전국지표조사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 조사 역시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윤 전 총장이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이 기간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으로 여론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난 결과이기 때문이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3.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대선 주자 4명이 각각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1대1 가상 대결을 벌인 결과, 윤 전 총장은 이재명 후보와 대결에서 43.4% 대 32.5%, 10.9%포인트 차로 크게 앞섰다. 홍준표 의원과 이 후보는 31.6% 대 30.9%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 후보는 24.3% 대 30.6%였고, 원 전 지사와 이 후보는 26% 대 33%였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원희룡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원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공정㈜의 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1%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대구 M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대구·경북 합동토론회에 원희룡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원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공정㈜의 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1%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30.1%, 이재명 후보가 28%였다. 이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19.1%, 유승민 전 의원 4.6%,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3.2%, 국민의힘 원희룡 전 제주지사 2.8%,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2.1%, 무소속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0.8%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 33.6%, 홍준표 의원 29.6%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이 11.1%, 원희룡 전 지사가 5.9%로 뒤를 이었다.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 국감에 대한 평가, “못했다”가 많아

이 조사에서 한 가지 더 주목되는 부분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18일과 20일 야당과 맞붙은 국회 국정감사에 대한 평가였다. 조사 대상자의 52.8%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잘했다’는 33.8%였고, ‘모름’이 13.4%였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이 후보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했다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조사 대상자의 45.9%가 ‘이재명 후보가 직접 관련 있다’고 답했고, ‘관리책임 정도가 있다’는 응답이 17.2%였다. 조사 대상자의 63.1%가 이 후보와 연관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전임정권 부패세력의 권력형 게이트’라는 응답은 16.8%, ‘이 후보가 관련 없다고 본다’는 응답은 14.3%였다.

21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이 같은 알앤서치의 결과에 대해 ‘보수진영이 과표집됐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로 나타난 보수 후보 전체 지지율의 합이 약 60%가 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하락함에 따라 보수 후보 지지율 총합이 높게 나왔을 가능성은 아예 배제하는 편파적 논리를 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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