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하며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하며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3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승리를 인정했지만,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 후보보다 차라리 ‘적장’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더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낙연 지지층의 이탈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국민의힘에 의한 정권교체를 촉진하는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추미애 지지자의 49.3%는 이재명 찍겠다는데, 이낙연 지지층의 40.3%는 윤석열에게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달 11,12일 실시해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지지층 가운데 40.3%가 대선 본선에서 윤 전 총장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를 찍겠다는 응답은 14.2%에 그쳤다. 야권 후보로 홍준표 의원이 결정될 경우 홍 의원을 찍겠다는 응답도 29.9%였다. 이 지사에게 투표한다는 응답은 13.3%였다.

경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한 응답자의 49.3%가 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여권 지지층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여론조사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향배가 향후 대선 정국에서 중대 변수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후보보다 윤 전 총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7월의 조사에서도 확인되면서 심각한 논란을 부른 바 있다. 7월 중순 JTBC·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재명·윤석열 가상대결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윤 전 총장을 찍겠다는 응답이 31.3%나 나온 것이다. 이는 이 지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 33.5%와의 차이가 2.2%포인트에 불과한 수치였다.

이낙연 캠프 설훈, “이재명의 도덕성 문제로 거부감 지닌 사람들 꽤 있어”

당시 이낙연 캠프의 좌장인 설훈 의원은 "그동안은 경선이 끝나면 자동으로 원팀이 됐는데 이번에는 30%나 되는 사람들이 (이 지사를) 못 찍겠다고 하고 있다"며 "그 원인은 이재명 후보 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01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험하게 공격한 것, '형수 욕설'을 비롯해 이 후보에게 심각한 도덕성 문제가 있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지닌 사람들이 꽤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복’ 선언에도 지지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남부지법에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한 경선 결과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가처분 신청 동의 온라인 서명엔 4만6,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의 경선 승리 강조한 조국과 송영길은 이낙연 지지층의 ‘분노 대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에 대한 조롱, 욕설, 비방 글을 내리자"고 썼다. 이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의 책 ‘조국의 시간’을 불태우는 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송영길 대표가 13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반발'에 대해 “일베 수준으로 공격한다”고 비판한 것도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을 키웠다. 그동안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송 대표가 이 후보 편을 든다"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일베’ 발언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부정선거를 일삼는 송 대표부터 탄핵하자” “당원에게 일베라고 모욕 주는 당대표 아웃”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는 여권 내 ‘반(反)이재명’ 현상이 너무 과장되고 왜곡됐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위기의식 고조, “선거인단에 원래 윤석열 지지층 존재” 해명

더불어민주당 내의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이 윤석열 전 총장 쪽으로 이동했다라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의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당무위 결정이 어제(13일) 나서 오늘 해단식하고, 뭔가 마음이 허탈하고 허전하고 뭔가 부글부글 할 때 여론조사를 해서 이게 무슨 큰 흐름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단편적으로나 형식적으로는 사실일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 한판승부 캡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지난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 한판승부 캡처]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건 그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심상정을 지지한다’ 그건 이해가 돼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라고 부연했다.

CBS 한판승부에 패널로 참석한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이 “설계 자체가 엉터리였다”다고 주장하자, 김의원은 이번 민주당 선거인단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 이낙연을 찍은 40%만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 사람(40%)들 중에 절반이 윤석열 나온다(지지한다), 그럼 민주당 비상 걸어야한다”며 ‘전 국민 샘플 모집단에 윤석열 원래 지지자가 있기 때문에 빚어진 착시현상’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리얼미터와 오마이뉴스의 조사가 실시된 시기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리얼미터ㆍ오마이뉴스 조사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된 직후에 이루어졌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반이재명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이 전 대표가 승복을 선언하기 전이라는 점도 변수이다”라며 “원팀 논의가 본격화되면 반이재명 정서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일각, “대장동 의혹 해소 안되면 이낙연 지지층의 불복 지속될 것”

하지만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불복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불복 상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반이재명 흐름이 일시적이라고 분석한 김종민 의원조차도 이 전 대표 지지층에 대해 “우리가 얘기한다고 뭐 ‘알았다’ 이렇게 따라주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이 경선 불복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이 이미 제출했다고 하니까 크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 중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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