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UN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래문화특사인 그룹 BTS(방탄소년단) 및 참석자와 한국실 개관 기념식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UN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래문화특사인 그룹 BTS(방탄소년단) 및 참석자와 한국실 개관 기념식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엔(UN) 총회에 참석했던 그룹 '방탄소년단'의 경비는 15일 현재 아직 지급완료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주일 전에 ‘지급완료’됐다고 밝힌 것은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과 ‘거짓말’도 구별 못한 채 언론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쇼통령’

그러나 탁 비서관은 적반하장식으로 화를 내고 있다. BTS 소속사측이 아직 행정적 절차를 밟지 않아서 지급완료가 안된 것인데 왜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느냐는 게 그의 핵심적 반박 내용이다. 그러면서 화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급완료가 안된 것이 ‘사실’이고 지급 완료됐다는 주장이 ‘거짓말’이다. 이 간단한 구별조차 하지 못한 채 비판 여론에 발끈하는 것은 특정 언론기관을 넘어서 국민을 상대로 화를 낸 것이다.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라면 “표현이 정확하지 못했다”면서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게 상식인데, 거꾸로 언론을 겨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탁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쇼통령’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릴 정도로 행사 기획에 능하다. 문 대통령의 신임도 각별하다. 때문에 국민의 상식적 판단을 손쉽게 매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정렬 원장 14일 국감서 “BTS 비용 지급 안됐다” 답변...탁현민은 지난 1일 “이미 지급 완료” 답변

지난 14일 해외문화홍보원 국정감사에서 방탄소년단의 유엔 특사 관련 비용 지급 여부에 대한 해외문화홍보원 박정렬 원장의 대답을 통해서, 탁 비서관의 거짓말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박 원장에게 “방탄소년단의 유엔 일정 관련해서 비용이 지급됐나”라고 물었고 이에 박 원장은 “아직 안 됐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9월30일 청와대 관계자가 지급됐다고 이야기를 했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SNS와 10월1일 방송에 출연해 지급이 이미 완료됐다고 했다"며 "청와대와 탁 비서관은 알고도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박 원장은 “저희들이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현민 14일, ‘지급결정 완료 상태’라고 말바꾸면서 “사소한 표현 문제 두고 거짓말로 오도 말라”

박 원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탁 비서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현재 지급결정 완료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설명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시니 제가 직접 확인해 알려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예산과 집행의 경험이 없으면 행정처리에 대해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친절하게 말씀드린다”며 “BTS 관련 행사 시작전 이미 관련 계약을 완료했고 행사종료 후 정부 행정절차상의 ‘대금지급결정’이 이미 완료되었으나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작성한 결과보고서가 지난 10월 13일 제출되었고, 하이브측 입금요청이 있어야 ‘입금’이 되는 정부 절차상 하이브측 입금요청만 있으면 3일후 바로 입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이어 “절차상 지급결정이 완료되었더라도 돈을 받을 곳이 입금요청을 해야 입금이 된다”며 “사소한 절차와 표현의 문제를 두고 마치 거짓말을 한 것처럼 오도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방송에 출연한 탁현민, “정산이 완료됐는데 조선일보가 새빨간 거짓말해” 격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무슨 근거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가 치밀어 잠이 안와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무슨 근거로 (조선일보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가 치밀어 잠이 안 와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하지만 이는 탁 비서관이 지난 1일 방송에 출연해서 스스로 밝힌 내용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짓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탁 비서관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로 연결, 조선일보가 ‘BTS에게 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보도에 반박했다.

당시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탁 비서관은 "무슨 근거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선일보 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분노가 치밀어 잠이 안 와서 출연을 결심했다"며 "당사자가 얘기하고 있지 않은데 왜 조선일보가 못 받았다고 하는 거냐. 엄연히 계약서가 존재하고 또 그 계약 기준에 맞춰서 절차가 진행되고 정산이 완료됐다"라고 말했다.

이미 7억원대의 액수를 사후정산 형식으로 ‘지급했다’고 말한 탁 비서관은 "BTS 멤버들은 '돈을 10원짜리도 안 받겠다'고 얘기했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면구스러워서 법률과 규정이 허가하는 최소한의 비용을 정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비서관은 "BTS가 불려 다닐 정도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느냐"며 "BTS는 대한민국을 이미 넘어선 세계적인 아티스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얘기했다고 해서 본인들이 내키지 않는데 했을 거라는 생각은 이전 정부에서 정치권력이나 혹은 언론권력이 아티스트들을 오라 가라 했던 그 정도 수준의 인식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탁 비서관은 같은 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전화로 출연, “BTS에게 미국 출장 관련한 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이냐?”는 김어준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출발 전부터 형식과 비용, 어떤 항목에서 어떤 비용을 지급할지 논의를 끝냈고, 소속사와 BTS 멤버와도 이미 얘기가 끝난 상태였고. 갔다와서도 관련한 절차를 이미 밟았다. 정산까지 완료된 상태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BTS에게 경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거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정산까지 완료된 상태이다”고 밝혔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BTS에게 경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거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정산까지 완료된 상태이다”고 밝혔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재차 “정산이 이미 끝났냐?”는 김어준의 질문에 “영수증 처리 정도의 과정이 있을 텐데, 그거야 조선일보가 얘기하는 것처럼 지급을 안 했다든지, 여비를 한푼도 안 줬다는 것과는 다른 말이다”고 대답했다.

당시 탁 비서관은 김어준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자질까지 문제삼았다. 탁 비서관은 BTS의 경비는 문체부 예산이라고 밝히며 “문체부 예산을 외교부에다가 물어보는 취재 수준이면 능히 짐작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비아냥댔다. 이에 김어준도 “이 예산은 애초부터 문체부 예산인데, 그걸 외교부에다가 물어봐서 외교부가 모른다고 한 건 당연한 것이다”고 탁 비서관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지급 결정’과 ‘지급 완료’는 차이가 없다고 강변하며 국민의힘 의원에게 면박 줘

당시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빴을 탁 비서관이 두 방송에 출연해서 BTS 경비에 대해 해명을 한 것은 ‘BTS에게 경비를 지급하지 않은 열정페이’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불러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경비까지 지급하지 않았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해명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완벽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급 결정’과 ‘지급 완료’는 다른 문제이다. 탁 비서관은 ‘지급 완료’라고 말해놓고, ‘지급 결정’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오히려 화를 낸 것이다.

14일 탁 비서관의 변명은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지급 완료 결정은 되었지만, (소속사인) 하이브측 입금요청이 없어서 지급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이미 지급했다”고 10월 1일 방송에서 밝힌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부예산과 집행의 경험이 없으면 행정처리에 대해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아냥대는 투의 발언을 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급되지도 않은 경비를 ‘이미 지급 완료’ 되었다고 거짓말한 본인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은 채, 질문하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면박을 주면서 본인의 잘못을 덮으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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