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치제도 하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고 해서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돼선 안 돼"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 특별한 사정 없는 한 비방할 목적 없다고 봐야"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비방할 목적 없다고 봐야"
"공적 인물은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공적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에 대해선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 평가에 신중해야"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공표·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역사학자 전우용 씨에게 검찰이 최근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실이 펜앤드마이크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기 때문에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를 쉬이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

펜앤드마이크가 확보한 불기소이유고지서 내용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차대영 검사(사시52회·연수원43기)는 지난 6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에 관한 허위사실 등을 적시한 혐의로 고발당한 전 씨에게 불기소 처분을 했다.

전 씨는 4·7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장 재·보궐선거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3월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광역시장 후보가 불륜으로 전처(前妻)와 이혼하고, 버림받은 전처가 공천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고발당했다.

이에 대해 전 씨는 박형준 당시 후보의 이혼 경위와 관련한 다수의 글이 인터넷 등에 널리 퍼져 있었고, 이를 근거로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건을 조사한 차대영 검사는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언론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고 그것이 선거 과정에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는바,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공직 담당 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므로 그 정격 검증을 위한 언론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며,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한 판례(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등을 근거로 전 씨가 박형준 부산시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만한 여지가 있었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차 검사는 또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례(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8812 판결) 등을 근거로 전 씨가 ‘비방할 목적’으로 박 후보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명예훼손은 ‘비방할 목적’을 그 구성요건 중 하나로 하기 때문에, 설사 적시한 사실 또는 허위사실로 인해 명예훼손 피해가 발생했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같은 사실 내지 허위사실을 적시한 인물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고(故) 박원순 전(前) 서울특별시장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박 전 시장 유족 측을 대리 중인 정철승 변호사(사시40회·연수원31기)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씨 관련 사건 게시물을 게재하고 “(전 씨는) 변호인의 도움 없이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뜻밖에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검찰 조사 변호인을 맡게 됐는데, ‘선출직 공직후보자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성실성 등 자질에 관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아니라 해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전 박사의 항변을 검찰이 받아들였는지, 최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검찰의 처분은 매우 온당한 것”이라며 “어느 정도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면, 공직후보자들은 자신이 공직자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관한 국민의 의구심을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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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전(前) 4·16약속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사진=연합뉴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를 맞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 등)로 재판에 넘겨진 박래군 전(前) 4·16약속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윤강열 박재영)는 박 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적 인물은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자유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박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면서 대법원은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박 대통령은) 4월16일 7시간동안 나타나지 않았을 때 뭐 하고 있었나, 혹시 마약을 하고 있던 건 아닌지 궁금하다” “피부미용·성형수술 등 하느라고 보톡스 맞고 있던 것 아니냐,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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