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차고 넘친다 (PG). 한전은 지난달 23일 ㎾h당 3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분기에 3원이 인하된 만큼, 요금 인상이 아니라 원래대로 회복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차고 넘친다 (PG). 한전은 지난달 23일 ㎾h당 3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1분기에 3원이 인하된 만큼, 요금 인상이 아니라 원래대로 회복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한국전력은 8년 만에 ㎾h당 3원의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적용하면서 ㎾h당 3원의 전기요금을 내렸다. 이후 2분기와 3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묶었다가, 4분기에 요금을 인상한 것이다. 말하자면 3원을 내렸다가 3원을 올렸기 때문에, 원래 가격으로 돌아간 것이다.

당시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를 있는 그대로 적용하면 3분기에 비해 ㎾h당 13.8원 올렸어야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 보호장치인 '분기별 조정폭 제한'이 적용돼, ㎾h당 3원만 오른 것이다. 분기별 조정폭이 ㎾h당 1~3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오른 게 아니라, 원상회복”... 한전의 적자 누적이나 전기요금 인상요인에 눈감는 거짓 주장

이런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탈(脫)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수 성향의 매체와 함께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정부·여당이 어떤 말로 둘러대도 국민께서는 전기요금 인상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친여 성향의 매체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며, 원자력 가동률은 이전에 비해 더 늘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친여 성향의 매체들은 논설과 기사를 통해 이런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전기요금이 인상된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주목된다. 3분기(7~9월)에 비해 인상된 것은 맞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내렸던 전기요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김어준씨는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은 것은 물론, 탈원전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이 의원과 김씨의 주장은 일부는 맞고, 나머지는 전부 덮으려는 간교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기요금이 작년 수준으로 회복된 건 맞지만, 탈원전과 관련돼 발생한 한전의 적자나 연료비 인상 등의 문제는 덮으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전력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도입하면서 전기요금은 ㎾h당 3원 내렸다. 그사이 연료비가 올라 2분기부터는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국민 고충 등을 이유로 3분기까지 요금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즉 1·2·3분기 전기요금은 지난해에 비해 ㎾h당 3원 내린 채 유지됐고, 그 결과 주택용 전기요금은 가구당 총 6,570원 정도 할인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다 4분기 때 ㎾h당 3원 전기요금이 올랐지만, 깎았던 만큼 올렸으니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돌아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소영 의원은 "4분기 상승분을 적용하더라도 올해 전체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연구원은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주장과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은 모두 틀렸다”며 “전기요금은 아예 인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연구원은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주장과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은 모두 틀렸다”며 “전기요금은 아예 인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 의원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원이 출연, 같은 주장을 폈다. 이 연구원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8년 만에 전기요금이 인상됐는데. 그 원인은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한겨레에서는 아직 탈원전은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며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반론을 펼치고 있지만, 둘다 틀렸다”고 강조했다. 팩트는 아예 전기요금이 오르지도 않았다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김씨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애초에 전기요금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공방을 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허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원은 “조선일보가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라고 어젠다 세팅을 해버렸다”면서 “탈원전에 집중하다 보니, 전기요금 인상이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 자체를 못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김어준도 “사실이 아닌 것에서 출발해 프레임을 짰으니 그것 자체가 문제다. 이런 지적을 (이 연구원이) 처음 했다는 것도 놀랍다”고 이 연구원을 추켜세웠다.

김어준씨는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연구원이 ‘전기요금이 인상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지적했다”며 만족스러운 듯 호탕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김어준씨는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연구원이 ‘전기요금이 인상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지적했다”며 만족스러운 듯 호탕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하지만 이소영 의원이나 이상민 연구원, 그리고 김어준씨는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3사람은 모두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이 차고 넘쳐서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분기별 조정폭 제한 때문에 ㎾h당 3원만 올랐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근본 사실을 외면하고, 피상적으로 1분기에 내린 3원을 올렸기 때문에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전기요금 인상 두고 숫자놀음, 한전의 적자 누적 가리는 조삼모사(朝三暮四) 게임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의 누적된 적자나, 연료비 인상의 요인이 되는 국제 유가와 국제 석탄 가격의 인상에는 눈감은 것이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계속 동결한 탓에 올 2분기만도 7,6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여당이 전기요금 인상여부를 두고 숫자놀음을 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의 적자를 가리는 조삼모사(朝三暮四)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전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업손실 규모만도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누적부채도 지난해 132조4753억원에서 올해 142조1354억원으로 1년 새 9조원 이상 늘 것으로 관측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모든 부채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될 것이다. 미래에 올릴 전기요금의 규모는 어마무시하다. 숙제를 미뤄 놓고, 당장 요금이 안 올랐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한심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전 가동을 줄이면 화력 발전을 해야 하는데, 그때 쓰이는 LNG와 석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전 단가가 높아지는 것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로 인해 내년부터는 높아진 발전 단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탈원전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기형적인 전기요금 연동제도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상황을 짚었다. 애초에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있었다면 석탄이나 천연가스 가격의 영향을 받는 화력발전의 분량을 줄일 수 있었고,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하고도 국민을 속이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유보하다가 이번에 원상회복 했지만, 내년부터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어떻게 누를 수 있을지 염려했다. 흑자였던 한전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명백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3원 인상된 전기요금은 ‘실제로 오른 것이 아니라, 회복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만으로 한전의 적자나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을 감추려는 것은 전형적인 우민화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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